금수저, 흙수저 등 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반영하는 ‘수저계급론’을 부추기는 기사와 연구 보고서가 등장했다.

8일 연합뉴스는 ‘걷어차인 사다리… 교육이 소득계층 대물림 오히려 강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저소득층의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하던 교육이 최근 오히려 계층 고착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하면서 한국경제연구원의 이 모 부연구위원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9월 ‘자녀의 학력이 부자간 소득계층 대물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한국노동경제학회에서 발간하는 노동경제논집에 게재했다.

이 보고서에서 이 위원은 “대학 졸업 유무에 따른 소득격차가 아버지 세대에 비해 자녀 세대가 줄어들었다”며 “과거에 비해 현재는 교육을 통해 소득계층을 이동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 졸업 유무에 따른 소득격차가 아버지 세대에 비해 자녀 세대가 줄어든 것은 과거 아버지 세대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월등히 높은 자녀 세대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단순히 대학을 진학한다는 것으로는 전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양질의 대학을 가느냐와 부실 대학을 가느냐로 소득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 위원 역시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를 단순히 대학 졸업 유무를 기준으로 소득격차를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위원은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대학 졸업 유무로 아버지 세대와 자녀 세대를 비교했다”고 PenN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이 위원의 연구결과는 사실 교육이라는 것이 소득격차를 만들어내는 주요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수저계급론을 옹호하는 입장에 있는 이 위원은 연구 결과를 곡해했다.

이 위원은 자신의 2016년 연구에서는 대졸자가 늘면서 대학 졸업이 소득격차로 이어지지 않고 대학 간의 서열에 따른 소득격차가 발생하고 있어 교육은 여전히 소득계층 이동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난해 9월 자신의 2016년 연구 보고서를 전면 수정하면서 ‘교육이 부의 대물림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의 보고서로 전환하며 수저계급론에 힘을 보태는 방향으로 연구 내용을 전환했다. 이 위원이 2016년에 발표한 보고서는 ‘교육의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에 대한 분석 및 시사점’이다.

이 위원은 수저계급론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통해 양질의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부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비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에서 부의 대물림이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양질의 대학에 입학하려면 사교육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부모의 부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부모의 부가 사교육으로 이어지면서 양질의 대학에는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입학하기에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세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실 대학을 졸업한 20%는 고졸자에 비해 낮은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부모가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자녀가 부실 대학을 졸업해 빈곤 역시 세습된다고 주장한다.

이 위원은 연구 오류에 대해 지적한 PenN에 “사교육으로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이어진다는 주장은 연구를 근간으로 한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며 “연합뉴스가 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내용 전체를 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를 비판했다.

또 이 위원은 “사교육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저는 사교육이 늘어나고 있다는 측면만 보고서에서 언급한 것이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