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 측 "수사팀 내부서 김경수·노회찬 필요성 제기돼 금융계좌 등 확인중"
경공모 금고지기 '파로스' 진술 결정적…김경수 보좌관 뇌물·노회찬 뭉칫돈 연루의혹
특검, 경공모→김경수 댓글조작 시연장소 '느릅나무'서 확보한 대포폰 추정물품도 분석

'드루킹' 김동원씨(48·구속) 등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측과 연루된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계좌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이들 명의로 된 금융기관 계좌 등의 최근 수년간 거래내역에서 드루킹 일당과 관련 있는 자금 흐름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오후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김경수 지사 및 노회찬 원내대표에 대한 계좌를 추적할 필요성이 수사팀 내부에서 제기됐고, 이와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도 "이들의 금융계좌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은 드루킹 김씨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김경수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지인 변호사에 대한 오사카 총영사 인사를 청탁하고, 보좌관이던 한주형씨(49)에게 뇌물 500만원을 건넨 것과 관련한 자금 흐름을 우선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돈을 받은 한씨가 김경수 지사에게 금품을 일부라도 건넸는지, 제3자를 경유한 수상한 거래가 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드루킹과 그가 주도한 친문(親문재인) 사조직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김경수 의원 앞으로 후원한 2700만원의 정치자금이 김 의원 개인 계좌로 섞여 들어갔거나, 그 외의 자금을 후원한 정황은 없는지 등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회찬 원내대표와 관련해서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드루킹 측이 50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검찰이 수사했던 이 사안은 경공모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이 출금됐지만 실제로 노 원내대표 측에 돈이 전달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드루킹 김씨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특검에 앞서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한 경찰은 경공모 계좌로 4000여만원의 뭉칫돈이 시차를 두고 입금된 사실을 파악하고, 노 원내대표 측에서 실제로 금품을 수수했다가 반환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특검팀이 김 지사와 노 원내대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게 된 것은 경공모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파로스' 김모씨(49)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로스는 2017년 9월 김 의원 보좌관 한씨를 직접 만나 5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2016년 총선 당시 경공모로 입금된 4000여만원의 뭉칫돈도 그의 명의로 된 계좌가 출처였다.

김 지사와 노 원내대표는 일단 참고인 신분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특검 수사에서 불거진 금품수수 의혹을 두고 당사자들은 모두 "드루킹 일당(경공모 포함)과 금전 거래할 관계에 있지 않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특정인에 대한 수사 진행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10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느릅나무출판사를 현장검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대량의 휴대전화와 유심칩. (사진=연합뉴스, 허익범 특별검사팀)
지난 7월10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느릅나무출판사를 현장검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대량의 휴대전화와 유심칩. (사진=연합뉴스, 허익범 특별검사팀)

한편 현재 특검팀 수사 상황을 종합해 보면 크게 ▲진술 확보 ▲현장 검증(압수수색 포함) ▲계좌 추척 등 3갈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검팀은 2016년 10월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에게 댓글 조작에 활용 가능한 동일작업반복프로그램(매크로)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하고, 해당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다.

킹크랩 시연 등 댓글조작 공모 확인차 지난 10일 드루킹 일당의 근거지인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현장 검증해 휴대전화 21개와 유심칩 수십개 등을 대거 발견하기도 했다. 

이미 경찰이 두차례 압수수색을 벌인 장소였지만 수개월 뒤에도 댓글조작에 직접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증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에서, 경찰 측의 수사 부실·은폐·왜곡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박상융 특검보(59·19기)는 이날 오후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어제 느릅나무 출판사 1층 빈 사무실 카페의 쓰레기봉투에 담겨진 휴대폰 21대와 종이박스 안에서 다발채로 발견된 경공모 회원 추정 닉네임이 기재된 유심 관련 자료 53개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이 유심칩이 아닌 유심 관련 자료라고 표현한 것은 유심칩이 아닌 '유심 보관용 플라스틱 카드'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카드에 유심칩 일련번호와 닉네임이 적혀 있어 유심칩이 없더라도 수사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팀은 해당 유심 관련 자료가 모두 대포폰 개통에 이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발견된 휴대전화 등의 증거능력에 대해 박 특검보는 "쓰레기 봉투에 담겨 있는 것은 (경공모가)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쓰레기는) 건물주에 소유권이 있다고 봐야 하고 건물주를 상대로 진술조서를 받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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