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류샤오보가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가택 연금
中 관영매체 “류샤가 당국의 관리 범위 내에 있었지만 가택연금은 아냐”

베를린 공항에 도착한 류샤
베를린 공항에 도착한 류샤

 

지난해 7월 간암으로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가 10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도착했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류샤는 전날 베이징(北京)을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독일로 가기 전 경유지인 헬싱키를 거쳐 당일 오후 5시쯤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류샤는 베를린 테겔 공항에서 독일 정부가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타고 떠났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류샤의 독일행 보도에 대해 "류샤가 본인의 바람대로 치료를 받으러 독일에 간다"고 확인했다.

화가이자 시인인 류샤는 남편 류샤오보가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가택 연금됐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08헌장'을 발표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 등 광범위한 민주개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009년 12월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류샤 남편 장례식 직후 중국 당국에 의해 윈난성 다리 시로 강제 여행을 가면서 외부와 40여 일간 연락이 두절됐고, 이후 베이징 자택에서 다시 가택 연금을 당했다.

사실상 베를린 행으로 8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셈이다.

독일 뿐만 아니라 서방국가들, 세계 인권단체들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인권 보호를 강조하면서 류샤오보 부부의 가택연금 해제와 출국을 중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류샤도 남편 사망 후 외국으로 이주를 원했다.

독일 정부는 류샤오보가 사망하기 전에도 그의 출국 허용과 해외 치료를 촉구한 바 있다. 독일을 포함한 서방국가 외교관들은 류샤오보의 사망 후 류샤의 자택을 방문하려다 경비원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 측은 류샤오보에게도 독일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유했으나 실패했다. 메르켈 총리는 류샤오보의 사망 후 "나는 시민권리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투사, 류샤오보를 추도한다"면서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를 외면해온 중국 당국이 이번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독일 방문을 계기로 류샤의 출국을 허용한 것에 대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유럽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류샤가 본인의 바람대로 치료를 받으러 독일에 갔으며, 출입국 관리 부서가 법에 따라 유관 문제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11일 “류샤가 중국 당국의 관리 범위 내에 있었지만 가택연금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며 “그는 정상적으로 식당에 가고 쇼핑하는 등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서방이 그녀를 ‘인권 투사’로 만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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