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병기 의원 '갑질 의혹'" 보도…정보위 간사로서 피감기관에 압력
아들 김씨, 2014년 국정원 신원조사 단계서 탈락…2016년 父 당선후 '경력직' 합격
金, "국정원 공채 전반 살피겠다"며 국감 자료 요구…"국정원 적폐 핵심질문이었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金 아들에 특혜 주려 내부 검토한 적 없다" 보도 부인
취재 거부한 金, 입장문 내 "국정원 反개혁 적폐 강고…한겨레, 요원신분 공개 유감"
金, 국정원에 "아들 결격사유 있는데 2017년 채용했냐"며 감사원 감사청구 예고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구갑·초선)이 지난 2016년 국회 입성과 함께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가 된 뒤, 2년 전 아들이 국정원에 지원했다가 신원조사에서 탈락한 데 대해 "부당하다"고 수차례 압력을 넣은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정보위는 국정원을 피감기관으로 삼고 있어 갑(甲)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원회의 원내 제1당 간사라면 위원장 다음 가는 권한을 지녔기도 하다. 특히 국정원 출신이기도 한 김병기 의원이 수차례 항의하자 국정원 내부에서는 아들 김모씨에 대한 불합격 취소 여부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2014년부터 국정원에 지원하던 아들 김씨는 결국 응시 네번째 만인 2016년 10월 '경력직' 공채에서 합격했다. 한겨레 신문은 11일 자사 취재결과를 종합해 이런 정황을 보도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정보위원회 간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사진=연합뉴스)
20대 국회 전반기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지낸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구갑·초선)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6년 6월 정보위 간사가 된 뒤 2014년 공채에서 자신의 아들이 신원조사에서 부당하게 탈락했다며 국정원에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을 인사기록에 남겨달라"며 여러차례 '시정'을 요구했다.

국정원 공채는 서류전형→필기평가→체력검정→면접전형에 이어 신원조사 단계를 거쳐 합격이 확정되는데, 김 의원은 '자신에 대한 보복으로 아들을 탈락시켰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언급된 '보복'은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인 그가 이명박 정부 시절 부당하게 해직당했다며 국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때문이라는 의심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당시 김 의원의 요구에 국정원은 김 의원 아들 신원조사 보고서를 재검토하는 등 공채 평가 과정을 다시 들여다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채용과정을 잘 아는 국정원 관계자'가 "내부에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나 불가능했다"며 "(2016년 당시 재직하던) 이헌수 (기획조정)실장이 '이거 안 되는데 계속 하라고 하네' 하면서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신원조사 탈락한 사람에 대한 신원조사가 잘못됐다고 기조실장까지 나서서 해결하려 하고, 내부 회의까지 거치는 건 이례적"이라며 "특히 사람을 콕 집어 검토하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의원의 아들은 2016년 6월 공채에서는 필기시험에서 탈락했으나 결국 그해 10월 경력직 공채를 통해 합격했다고 한다.

'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로 전·현직 군 장교, 경찰 공무원 중 정보·수사 분야 업무 2년 이상 경력자' 공고가 떴고 대학 졸업 뒤 기무사 장교로 근무한 김 의원의 아들이 합격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국정원 압박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이 합격한 이후인 2017년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국정원 공채 전반을 살피겠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또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김 의원이 국감 때 서면으로 자료를 요청했다. 우리한테 '아들이 (2014년에) 왜 떨어졌는지' (설명을) 요청했다. 그건 맞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한 법조계 관계자를 인용 "정보위 간사인 국회의원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 아들 채용 문제와 관련해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 의원의 해명을 직접 듣고자 연락을 '수십차례' 시도했지만 직접 답변은 거부당한 채 보좌관으로부터 "모든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아들 김씨에게) 특혜를 주려고 내부 검토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 국정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로 맞불을 놨다. 보도로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박보다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는 "제 아들이 2014년에 국정원 임용시험에서 탈락한 사건은 당시에 국정원에서 '아버지 때문에 탈락한 신판 연좌제'라며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된 유명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채용문제와 관련해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하는 등 직권남용을 한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가 서면질의한 내용은 제 아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적폐들에 관한 핵심 질문들이었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에 ▲아들이 2017년 임용 당시 '임용결격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었음에도 채용됐는지' 여부 ▲국정원이 '아들이 임용되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특혜나 편의를 제공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입장 발표를 요구한 뒤  발표가 없을 경우 감사원에 정식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이 왜 아직도 갈 길이 먼지 이 문제 하나만으로도 분명해졌다"면서 "국정원의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끝까지 발본색원해 처리하지 않으면 이들은 때가 되면 또 다시 독버섯처럼 되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피감기관 갑질 의혹을 국정원 개혁 논쟁으로 치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겨레 신문의 보도 내용은 국정원의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세력이 강고함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한겨레 신문에도 한말씀 드리겠다"면서 미국의 '리크게이트'를 거론, "한겨레 신문이 비밀정보요원의 신원(아들 김씨)을 공개하는 데 대해 극히 유감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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