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항주의는 상대방 프레임 말려드는 것...전투적 야당으로 가야"...한국당에 충고
"2020년 총선에서 국회의석 다 잃을수도...이렇게 되면 좌편향 독재 될 판"
"586 기득권에 대한 2030 도전 흡수하고 4050중심 세대교체 이뤄야"
반면 '고마운줄 모르는' 한국당 지도부…김성태 "수구냉전적 사고" 자기부정 반복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지난 7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주최한 '보수그라운드제로' 연속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심재철 의원실 제공)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지난 7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주최한 '보수그라운드제로' 연속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심재철 의원실 제공)

자유우파 성향 원로 언론인인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자유한국당에 "4050 중심의 세대 교체"를 이루고, 좌경화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는 "힘찬 야당이 한반도 전역의 전체주의화를 막는 본연의 투쟁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근일 전 주필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보수그라운드제로' 연속토론회에서 "야당 재건을 위한 자유한국당 내 정당한 노선투쟁이 절실하다"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대한민국 우파 총궤멸의 원인을 북한 전체주의와 남한 운동권의 합작으로 지목하고 "2020년 총선에서 국회 의석도 다 잃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완전 끝장이며, 좌편향 독재가 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당에 대해 "투항주의와 청산주의는 안 된다. 상대방 프레임에 자진해 들어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편향 정책과 수구적 대북관'이 6.13 지방선거 패배 요인이라고 주장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겨냥해서는 "북한은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어야 한다'는 식인데, 이 불공정한 좌파의 (대북 비판에 대한) 비방을 옳다고 시인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론굴종적 태도를 꼬집은 류 전 주필은 "자유우파의 21세기 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4050 중심의 세대교체를 해야한다. 전투적인 야당상(像)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고리타분한 얘기만 하지 말고 감성적, 문화적 접근을 해야 한다"며 "586 기득권에 대한 2030의 도전을 지지세력으로 흡수해야 한다. 586이 굉장히 혁신적인 세력처럼 돼 있지만, 2030 입장에선 기득권"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 보수계에는 당원 재교육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선전과 홍보, 즉 화이트프로파간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게 여러분들이 해 주셨으면 하는 보수정당 혁신의 방향"이라고 충고했다.

아울러 류 전 주필은 "세상은 말로, 담론으로 꾸려가는 것 아닌가. 이 담론이 전부 일종의 (좌파) 변혁론적 담론으로 바뀌었다"면서 "이 '말의 지배권'을 놓치면 세상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를 얘기해도 좌파이론, 정치를 얘기해도 좌파이론, 경제를 얘기해도 좌파이론,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도 좌파 역사교과서가 돼버렸다는 것"이라고 짚으며 "이렇게 되면, 우리가 70년 동안 알아왔던 대한민국은 없어지고 다른 대한민국이 된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류 전 주필은 "혁명이 시작됐다. 프랑스 혁명, 촛불 혁명, 4.19 혁명과 같이 혁명은 한번 터지면 스스로 멈추는 법이 없다"며 "가면 갈수록 과격해져 더 진보, 더 과격하게 가다 보니 보수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현재 이념지형을 짚었다.

또한 "우리도 보수 과격으로 갈 법한데, 세게 나올 법도 한데, 우리는 오히려 '아이고 더 온건해져야 겠네' '아이고 더 물을 빼야겠네' '더 진보화해야겠네' 하며 상대방 프레임에 끌려가고 있다. 세상 전체가 과격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기성 우파정당이 너무 절망적이고 희망이 없으니 보수 유권자들과 5060까지도 '에잇' 하고 넘어갔다. 너무 가는 게 아니고 조금만 가자 해서 바른미래당으로 갔을 것 같지만, 그걸 건너뛰어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세가) 가 버린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비좌파) 유권자들이 더 화가 나고 있다"며 "여러분(한국당 기존 정치세력)이 죽어야 한다. 콩가루처럼 깨졌다가 다시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일단 그래서 (일선에서) 총사퇴하고,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전 주필은 "힘찬 야당이 한반도 전역의 전체주의화, 불쾌한 운전을 막는 본연의 번론(煩論)투쟁을 해 줘야 (유권자들이) '아 저기가 희망이 있다, 내가 편히 저기로 가도 되겠지' 하게 만들어주는 게 현재 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야당의 선명한 이념노선 투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당권을 쥐고 있는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부터 독단적으로 '보수이념 해체' 등을 주장했던 태도의 연속인 셈이다. 

김 권한대행은 11일 국회에서 연 원내대책회의에서 류 전 주필에 대해 "죄송한 말씀이지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이미 평화와 정의, 공정과 평등을 지향하는 상황"이라면서 "고정불변의 도그마적 자기 이념에 갇혀 수구냉전적 사고를 하는 것이야말로 보수의 자살이자 자해"라고 비난했다.

뚜렷한 피아 구분, 이념 선명성 부재로 자유우파의 비난 대상이 돼 왔던 그가 거듭 '수구냉전적 사고'를 운운하며 이념결사체로서의 당 운영에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권한대행은 "보수이념은 고정불변의 절대적 이념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고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하는 것"이라는 수사를 늘어놓기도 했다. 나아가 "류 선생의 지적은 우리가 포용해야 할 변화와 혁신을 논하기 전에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인식적 오류를 자각하는 역설적 기회"라면서 "우리 당내 갈등만, 분열만 더 자초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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