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안팎서 "비밀문서 버젓이 보도돼도 조치 않는 국방부, 유출 관여·방조한듯"
3월부터 여권 및 친여 방송·단체서 '軍이 촛불 무력진압 지시' 여론조장 시작
靑 "宋 미조치 경위 논의중"이라면서 인지시점 안밝혀…전익수 특별수사단장 임명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고개를 숙이며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고개를 숙이며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에서 '기무사령부가 촛불집회를 겨냥한 쿠데타를 획책했다'는 프레임을 조장하고 특별 수사까지 지시한 가운데, 정작 기무사가 현 정부에서 임명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이미 보고했다는 사실이 11일 드러났다. 

대규모 폭력사태 발생을 가정한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단계별 검토 문건을 정부·여당 주장대로 '군정 획책'으로 간주하자면, 그 주체인 기무사가 차기 정권에 있는 그대로 보고했다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문건은 단 1부만 존재했기 때문에 기밀문건 유출의 진원지가 국방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기무사는 문제가 된 계엄 관련 문건을 단 1부만 존안(보관)하고 있다가 지난 3월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보고·제출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이날 기무사 문건 인지 시기에 대해 "지난 3월 말경에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군 소식통은 "군 비밀문서가 유출된 것도 문제지만 이를 감시·방지해야 할 기무사가 문서 유출로 곤욕을 치른다는 게 황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군 안팎에서는 "비밀문서가 언론에 버젓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국방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방부가 유출에 직접 관여했거나 최소한 방조하고 있다는 뜻"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기무사 계엄 검토' 논란은 올해 3월 한 친여(親與)성향 민간단체 '군인권센터'가 미확인 제보를 토대로 군이 '촛불집회 무력진압'을 기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의 연장선이다.  친여(親與)·좌파성향 방송 JTBC에서도 같은달 이번에 문제된 계엄의 하위단계인 위수령 검토와 위수령 발령시 기본적인 경계수칙 등을 놓고 '촛불집회 무력진압' 주장을 거듭 폈다. 

특히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이 JTBC와 합작으로 여론몰이를 했지만, SBS의 보도를 통해 정작 이철희 의원 본인이 촛불집회 기간 위수령 검토를 두차례나 요청했고 이에 대한 군의 답변서 성격의 문건 2건('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이 나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쳇말로 '자가발전'에 다름없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번 논란 소재이자, 단 1부뿐인 기무사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언론에 직접 공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폭로전을 벌였고, 군인권센터는 문건에도 없는 "탱크와 장갑차로 지역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로 시민들을 진압하려던 계획"을 주장하는 등 촛불 무력진압 프레임 조장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한편 이날 청와대에서는 송 장관의 기무사 보고 묵살 의혹이 일자 "송 장관이 보고를 받고 지금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 등을 놓고 국방부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최초 보고받은 시점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에 '회색지대'같은 부분이 있다"면서 뚜렷이 밝히지 않았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의 특별수사지시에 앞서, '내부적으로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를 요청했는데 송 장관이 무시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부인했다. 한편 송 장관은 관련 논란에 침묵한 채 이날 오후 공군본부 법무실장인 전익수 대령에게 기무사 특별수사단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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