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對美 수출 규모인 5055억 달러의 절반에 관세부과
중국 상무부 "보복할 수밖에 없다"...WTO에 추가 제소
그동안 즉시 대응했던 것과는 달리 4시간여가 지나서야 공식 입장 표명
美中 무역전쟁 격화 우려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증시 하락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대중(對中) 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2000억 달러(약 22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관세 부과는 내달 30일까지 2개월간 공청회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부과 대상 목록이 확정된 뒤에 발효될 예정이다. 의류, TV 구성품, 냉장고 등이 추가로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관세 부과는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 중국 정부가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 그에 대해 또다시 보복한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500억 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이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을 천명하자 그보다 4배 많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 재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달 6일부터 먼저 확정한 340억 달러의 각종 산업 부품·기계설비·차량·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에 대한 25% 관세부과 조치를 발효했고, 중국도 즉각 미국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을 포함한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 관세 를 물리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과 무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로 돌아갔다고 미 정부 고위 관리가 전했다.

이번 추가 관세 발표로 미국이 관세부과를 확정한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총 2500억 달러(약 280조 원)로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5055억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절반가량에 대해 관세를 올린 셈이다.

한편 이날 오전 코스피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자 장중 2,262.77까지 떨어졌다. 지수는 전장보다 16.94포인트(0.74%) 내린 2,277.22로 출발한 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약세 흐름을 이어가다 전일대비 13.54포인트(0.59%) 내린 2,280.62로 마감했다.

증권계는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충분히 예고됐던 만큼 이미 증시는 무역분쟁에 대한 이슈를 반영하고 있어 향후 지지선이 추가로 낮아지는 '레벨 다운' 가능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을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1일 2% 가까이 급락세로 출발하며 오전 장중 2.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수는 전일대비 49.85포인트(-1.76%) 하락한 2777.77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지난 6일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발효 직후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증시는 11일 조정 장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이 2천억 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보복할 수밖에 없다"고 대응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수위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관세 부과 명단을 발표했다"면서 "이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는 이에 대해 엄정한 항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행위는 중국과 전 세계를 해칠 뿐 아니라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성을 잃은 행위는 사람들의 인심을 잃을 것이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의 행위에 경악한다며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자유무역 규칙과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할 것"이라며 "무역 패권주의에 대해서도 함께 반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와 동시에 미국의 일방주의 행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즉시 추가 제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34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발표했을 때 즉시 반격에 나선 것과 달리 국 측 발표가 나고 4시간여가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구체적인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미국의 파격적인 조치에 당황해 중국이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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