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수첩/윤희성] 주객이 뒤바뀐 '삼성 인도공장 준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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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성 기자.
윤희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와 싱가포르를 차례로 방문하기 위해 지난 8일 출국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같은 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일주일을 쉬었던 문 대통령은 또다시 5박6일 일정의 해외순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휴대폰 공장을 새롭게 짓고 9일 준공식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인도에 머무는 시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도를 방문하는 시간이 일치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대통령이 삼성그룹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았던 이 부회장과 문 대통령의 '매끄럽지 않은 만남'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현 정권은 삼성그룹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를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을 대놓고 공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공정기술을 공개하겠다고 겁박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아직도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아직도 완전히 벗지 못했다.

청와대도 계면쩍었는지 '삼성전자가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도 최대의 핸드폰 공장을 만들었는데 지금 삼성전자는 인도 내에서 핸드폰 시장점유율 1위지만 중국계 기업들과 점유율 1%를 두고 싸우고 있다', '예전에 중국에서 현대차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대통령이 방문해 격려했고 중국에서 배터리 문제가 어려울 때도 해결을 주도했다'며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 본마음인 것 같지 않은 친(親)기업적 발언들을 쏟아내며 '삼성 인도공장 방문과 이 부회장의 회동'을 추진한 청와대를 향해 '왜 만나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 집권세력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를 '잘못된 만남'이라고 주장하며 탄핵까지 몰아간 전력(前歷)도 있다.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로 다음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가 이 부회장을 초청한 것은 아니다"라는 황당한 설명을 했다. 삼성전자 행사에 최고경영자(CEO)로서 당연히 참석하는 이 부회장을 청와대가 오라가라 말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하는 발언이었다. 남의 잔치에 뿔쑥 가겠다고 통보한 뒤 '왜 오냐'고 물으니 손님이 주인에게 '너 부른적 없다'고 말하는 꼴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은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히면서 막대한 돈을 들인 삼성전자는 자사의 최고경영자인 이 부회장이 참석하는 행사의 보도자료조차 내지못하면서다. 완벽히 청와대의 일정으로 둔갑한 것이다. 

결국 준공식 현장에서 '참극(慘劇)'이 벌어지고 말았다. 인도 총리가 참석하는 준공식 행사에 이 나라를 방문 중인 한국 국가원수인 대통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 부회장은 대통령을 수행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보다 더 '말석'에 자리를 배치받았다. 데이프 커팅식에서도 공장의 주인인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 홍 장관, 강 장관 다음에 섰다. 설사 행사 주역이 예의상 상석을 양보하더라도 극구 사양하며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이 부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인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공장을 방문한 기념으로 삼성전자 인도공장에서 생산된 휴대폰에 서명하는 행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삼성(SAMSUNG)이라는 브랜드 로고 위해 서명하며 삼성을 지웠다. 반면 모디 인도 총리는 삼성 로고를 피해 서명했다.  이번 삼성전자 인도 휴대폰 공장 준공식에는 대통령 일행이 차라리 가지 않았던 것만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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