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차례 압수수색한 '느릅나무'서...경찰은 수사나 한 것인가
특검팀, 압수수색도 아닌 '현장조사'서 휴대전화 21개·유심칩 대량 확보
느릅나무출판사, '경공모'서 "산채"로 불러…김경수에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한 장소
특검팀 임의제출 형식으로 물증 확보…"재판서 증거능력입증 문제 없을 것" 판단
경찰 부실수사 논란 재점화 전망…서울지방경찰청장·경찰청장 수사 축소·은폐 이어

더불어민주당원 포털 기사·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씨(48) 일당의 범행현장인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앞서 경찰이 두번이나 벌인 압수수색이 무색할 만큼의 증거품이 '무더기'로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의 손에 들어왔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검팀은 10일 최득신 특검보(52·25기)와 수사관 6명이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현장조사하던 과정에서 대량의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발견해 분석 중이다.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은 드루킹 김씨가 주도한 인터넷 사조직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본거지로, 경공모 회원들 사이에서는 '산채'로 불렸다. 산채는 드루킹과 그 일당이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현 경남도지사를 상대로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진술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특검의 압수수색도 아닌 첫 현장조사에서 댓글조작 작업에 직접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물증이 추가로 확보됨에 따라, 수사내용 은폐·축소 의혹을 받았던 경찰의 부실수사가 재차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10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느릅나무출판사를 현장검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대량의 휴대전화와 유심칩. (사진=허익범 특별검사팀)
10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느릅나무출판사를 현장검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대량의 휴대전화와 유심칩. (사진=허익범 특별검사팀)

최 특검보 등은 현장 상황과 동선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쯤부터 3시10분쯤까지 1시간여 가량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예상치 못한 증거물을 확보했다.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1층 현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휴대폰과 유심칩이 대거 발견된 것이다. 사건발생 이후 경공모 회원들이 미처 수거하지 못하고 버리고 퇴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총 21대의 휴대전화와 대량의 유심칩을 발견했고 현재 이를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며 "수십대의 휴대전화가 쓰레기 더미에 묻혀 있었던 만큼 경공모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대량 폐기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버려진 쓰레기 속 새 증거물들을 건물주 등을 상대로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아,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증거능력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관계자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수색 영장 없이 수거한 것"이라며 "범죄 현장에 관한 것은 긴급 압수수색도 할 수 있고, 적법한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발견된 휴대전화와 유심칩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통해 수사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드루킹 김씨와 경공모 회원들은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댓글작업 내역을 공유한 만큼, 폐기된 휴대전화·유심칩에 관련 대화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이 휴대전화들이 '댓글작업 장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특검 측 설명이다. 실제 경찰 수사에 따르면 경공모 회원들은 댓글 조작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잠수함'이라고 부르며 따로 관리해왔다. 

이번에 확보된 물증들에서 유의미한 자료가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그 내용과 별개로 경찰 초동수사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었던 부실수사, 수사결과 은폐·왜곡 발표 논란 역시 재점화할 수 있다. 

김경수 지사의 옛 '노무현 청와대 동료 행정관' 출신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4월 드루킹과 김 지사가 "의례적인 인사 답변만 했다"는 식으로 비밀 메시지 대화 등 사건 수사 결과를 축소·왜곡 브리핑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사후에 김 지사는 드루킹과 댓글조작 대상이 된 기사 주소(URL)을 주고 받던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5월에는 이철성 경찰청장까지 송인배 당시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해 준 사실을 "(언론보도 전까지) 아무튼 몰랐다"고 잡아떼면서 "부실수사인지 모르겠다"고 해 논란이 됐었다. 관련 진상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지난달 청와대 일부 인사 개편에서 문 대통령의 가장 지근거리에 있던 송인배 부속비서관을 정무비서관으로 보직 변경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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