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폼페이오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 신뢰”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에서 비핵화 협상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중국 배후론'을 제기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비핵화 협상 국면에 개입해 미중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또다시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쓴 글에서 김정은에 대한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반면(on the other hand)'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중국이 중국 무역에 대한 미국의 입장 때문에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에 부정적인 압력을 가하는지도 모른다”며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 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비판이 쇄도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우리가 서명한 계약과 심지어 더욱 중요한 우리의 악수를 존중할 것을 확신한다” “우리(미국과 북한)는 북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전체에 뻗쳐있는 중국의 손을 본다"며 "중국이 북한에 강경한 노선을 취하라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북 대화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김정은의 2차 방중 후 북한이 돌연 강경 태도로 돌아서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배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미북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지 못한 흐름을 보이고 시기적으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최고조레 달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달라 보인다.

미국은 동부 시간 기준 지난 6일 0시 1분을 기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약 56조 원) 가운데 340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 부과 조치를 했다. 나머지 160억 달러 상당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미국산 수입제품 500억 달러 가운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 등을 아우르는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은 일단 미중 간 무역전쟁이 미북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북한을 끌어안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운신을 제약하는 '분리대응'을 통해 북중 간 밀착관계에 균열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의 페이스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우회적 압박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문제와 관련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면서도 “북한이 한 약속 솔직히 말하자면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한 약속은 유지되고 있으며 강화됐다”고 밝혔다.

예정에 없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아슈라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만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북한에서 나온 일부 성명들은 엇갈리는 내용이 있었다”며 “기자들은 (부정적인 내용이 아닌) 다른 내용의 성명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공개한 성명 중에는 미국과의 논의 후에 나온 김정은의 성명이 있다며 김정은은 이 성명에서 자신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바람을 계속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6.25전쟁에서 실종된 미군 유해 송환이 미북 간 신뢰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하노이에 도착하기 전 베트남이 미군 유해 2구를 인도했다”며 “45년 전 이뤄진 이와 똑같은 조치는 양국 간 신뢰를 구축했다. 오늘 우리는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전을 거치며 미국의 적국이 됐던 베트남이 종전 20년 만인 1995년 미국과 국교를 다시 수립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1985년부터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미국과 본격 협력하기 시작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이어 “북한도 유해 송환을 결정했다”며 “이러한 단계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신뢰와 확신을 구축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이 베트남 모델을 따른다면 더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북한은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문제 협의를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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