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군사훈련 재개해야" 주장도 제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제3차 방북에서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인식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미 언론과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의회에서는 현행 대북제재 유지뿐 아니라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7일(현지시간) “북한이 폼페이오의 방북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조건' ‘우려스럽다’ ‘위험한 국면’ 등으로 비판한 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운명이 의문에 빠졌다”며 “이런 북한의 모습은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방북에 대해 ‘(북한의) 선의’와 ‘(비핵화) 진전’이라고 평가한 것과 날카로운 모순을 보여줬다”고 했다. WSJ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토론에 들어간 이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 아니며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일 기자들에게 싱가포르 합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그룹이 설립됐다고 밝혔다”면서도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인용해 “이것은 꽤 불길한 징조”라고 평가했다. 윤 전 대표는 WSJ에 “북한은 미국이 기대를 완전히 낮추길 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 른 걸림돌은 6.25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라며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 또는 평양이 그들이 소유한 핵 자산을 신고할 시기에 대해 합의에 가까워졌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8일 이번 방북 결과를 ‘외교적 절연(diplomatic disconnect)’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과 북한이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CNN은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강도적 사고방식’이라고 비난한 것은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 미국의 노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6.12 미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한 양측의 시각에 광범위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인용해 “(미북 사이에) 근본적인 오해가 존재하는 것 같다”며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우리가 중요한 보상을 하지 않아도 실질적인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믿지만 북한은 미국과 북한이 둘 다 양보를 만들면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비판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온 것은 미국이 아니라 평양이 협상의 조건을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방북 결과에 대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길어지고 어려울 것이라는 뚜렷한 신호”라고 혹평했다. WP는 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미북간 비핵화 대화의 진전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외무성 담화를 보면 북한은 미북정상회담 합의 중 비핵화 일정으로 4가지 항목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이고 ‘비핵화’는 세 번째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북한이 너무 이른 축하로 미국을 스쿨링(훈련시키는 것)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미국 MSNBC방송에 “폼페이오 장관이 진전을 이뤘다고 했지만 돼지에 립스틱 칠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우리가 미국 대통령을 싱가포르까지 1만 마일까지 멀리 보냈지만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건 전혀 고무적이지 못하다”며 “북한은 10년 전과 같은 각본으로 (시간을 버는) 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미 공화당 내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재개를 거론하고 있다.

상원 정보위원회 로이 블런트(공화·미주리) 의원은 8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고수하기 바란다”며 “경제적 압박을 유지하는 행동들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블런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은 실수”라며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의 상호운영 능력을 포기하겠다는 것에는 매우 반대한다”고 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조니 어니스트(공화·아이오와) 의원도 CBS 방송에 “군사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훈련의 목적은 분명하게 한반도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번 협상이 지속하지 않는다면 나는 곧바로 (훈련을)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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