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위원, 통일부 北인권재단 사무실 폐쇄에 특히 "참담…정부 인권인식 결여"
인권위 내 北인권특위 폐지 시도, 北억류자 송환 소극적 대응에 "헌법상 의무 방기"
문정인 靑특보 '北인권문제 전제 말라' 주장에도 "체제 인정이 인권침해 침묵인가"

이은경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이은경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문재인 정부에서 전반적으로 관측되는 북한인권문제 홀대 행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장관급) 내부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정권 구호는 물론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은경 국가인권위원은 8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남북 평화무드 조성을 위해 북한 인권을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헌법상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은경 위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에서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폐지하자는 안건이 제기되는 등 북한 인권 관련 업무가 대폭 축소되는 분위기"라며 "위원들의 반대로 특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지만 북한 인권 업무가 위축되고 다른 의견을 말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정황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최근 통일부가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을 폐쇄했다는 발표를 듣고 마음이 참담했다"며 "이 정부의 인권의식이 결여됐다는 평가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짚었다. 통일부는 지난달 14일 '재정적 손실'을 이유로 북한 인권 실태조사·연구 업무를 수행하는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의 임차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힌 뒤 별다른 후속 조치에 임하지 않고 있다.

이 위원은 또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송환에 유엔 등 국제사회도 적극 나서는데 우리 정부는 소극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 6명의 송환을 위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유엔 산하 '강제 또는 비자발적 실종 실무그룹'은 올 2월 대한민국 국민의 강제 실종 의심이 드는 16개 사건의 조사를 북한에 요청했다.

유엔 총회도 지난해 12월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안에서 우리 국민의 억류 문제를 공식 언급했고 유엔 인권이사회는 올해 3월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안에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의제로 포함시켰다. 

이 위원은 "북한인권특위의 한 사람으로서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전후해 (억류자 문제 해결에) 큰 기대를 했지만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을 챙기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2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후속 적십자회담을 하면서도 우리 국민 6명의 송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적극적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솔직히 미·북 정상이 만나기 전 가장 먼저 자국민부터 구해내는 미국 정부가 무척 부러웠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은 "현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로 국민 앞에 섰다. 북한인권에서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면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민에 대해 기본적인 보호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숭고한 의무를 지난 대통령이 자기의 책임을 다할 용단이 있어야 남북 관계도 더 잘될 것"이라고 했다.

탈북 식당 여종업원 문제 관련 친북좌파진영 움직임에 대해서는 "종업원들이 노출되는 것 자체를 원치 않기 때문에 국가기관인 인권위에서도 직접 만나지 못했다"며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이들을 인터뷰하고 거주지를 공개한 것은 본인과 북한의 가족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지난 14일 서울의 한 토론회에서 '(남북 관계에서) 인권 문제를 전제 조건으로 걸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에 관해서도 이 의원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며 그는 "북한이 우리와 다른 체제임을 인정한다는 것이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산지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는 이은경 위원은 2015년 2월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올해 2월로 3년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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