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연합뉴스 제공)

 

청와대가 635조 원 규모의 국민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인선 개입이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를 대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나섰던 장하성 정책실장이 법적인 책임을 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일보는 9일 익명의 변호사를 인용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을 시도한 것 자체만으로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국민연금법(30조)을 언급하며 "법적으로 기금운용본부장 임면(任免)권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는데 청와대가 관여한 것은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연금법에는 기금운용본부장의 경우 이사추천위원회에서 후보들을 선별하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그중 한 명을 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장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청와대는 장 실장이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를 기금운용본부장에 추천한 것을 인정했다.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건 것은 지난 1월 30일로 기금운용본부장 모집 공고가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게재된 2월19일 보다 앞선다. 이는 공모 전에 청와대가 곽 전 대표를 기금운용본부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선에 개입한 정황은 지난달 29일 종료된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서 최종 3인까지 올랐다가 탈락한 곽 전 대표가 장 실장과의 통화내역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곽 전 대표는 지난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장 실장은 물론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까지 모두 자신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추천하고 지지했지만 두 사람보다 윗선에서 탈락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도는 장 실장과 김 이사장 위에 어떤 사람이 곽 전 대표를 새로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인선하는 것에 반대했는지 궁금증이 증폭시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공기업인 KT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지인의 인사를 청탁했다는 의혹으로 직권남용죄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은 이번 사안도 그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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