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칼럼] 전쟁은 ‘정치의 연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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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7.10 09:29:51
  • 최종수정 2018.07.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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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가장 위대한 군사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가 말했다. “전쟁은 우리 측의 의지를 상대에게 강요하기 위한 행위이다. 전쟁은 정치의 연속인 것이다.”

지금 미국은 기로에 섰다. 이 같은 질문이 미국 코 앞에 닥쳤다.

“너의 의지가 뭐야? 전쟁을 치르고라도 북한 CVID를 이루겠다는 거야? CVID는 곧 CVIL, 즉 ‘완벽하고 증명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자유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liberalization)이잖아? 김가(金家) 대량학살 전체주의 사교 체제의 붕괴잖아? 전쟁으로라도 그거 이루겠다는 게 네 의지야? 평양붕괴 이후 북한을 접수•평정해서 자유민주주의와 세계시장을 향해 끌고 나오겠다는 게 네 의지인 것 맞아? 그 의지가 없다면, 북의 대량살상무기(WMD)를 그냥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진실을 알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한 군사포위와 경제봉쇄를 진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 드라이브를 펼친 것은, ‘전쟁 컨틴전시’를 준비하기 위함이었을까? 협상에 의해 전쟁없이 CVID를 이루어도 좋고, 전쟁으로 가는 경우엔, “모든 평화적 수단을 동원해 봤지만 소용없었다”라는 명분 합리화가 되기 때문에 ‘최대압박+협상드라이브’ 양면 작전을 펼쳐왔던 것일까? 아니면, 전쟁을 감행할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을 어르고 달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취해 온 발걸음이었을까?

의지는 결코 ‘맨땅에 헤딩하기’가 아니다. 앞뒤를 살펴서 현실적 타당성이 있는 것을 ‘의지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감행할 경우 검토해야 할 주요 항목들은 무엇일까? 이래와 같이 다섯 범주로 나눌 수 있다.

① 남의 인명피해, 북의 인명피해, 전쟁 비용, 전쟁 기간

7~8개월 전까지만 해도 “9천문 장사정포에 의해 남쪽에서 수백만명 죽는다”는 식의 ‘촌놈 겁주는 소리’가 횡행했지만, 미국이 동아시아에 집결시킨 군사력의 위용이 드러난 다음부터는 “남측에서는 희생이 미미하다. 단, 북쪽에서는 B61-12와 같은 정밀 초소형 수소폭탄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수만명 이상이 순식간에 사망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전쟁 양상 자체는 비관적이지 않다.

② 중국 반발 제어

지난 6일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에 있어 미국의 압도적 일방적 우위에서 드러나듯, 예방전쟁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보인다.

③ 평정, 전환, 건국 과정에 대한 로드맵과 확신

시아, 수니, 쿠르드 삼분 구조로 이루어진 이라크의 정치문화나, 봉건적 이슬람 근본주의가 지배하는 아프간의 정치문화와 달리, 북한 주민들의 사회정치 심리는 미국주도의 국제기관에 의한 평정이 어렵지 않다. 국제기관이 수년 동안 ‘임시행정기구’(TA, Transitional Administration)을 운영한 다음, 자유민주주의 노쓰코리아를 건국하도록 만들 수 있다.

④ 미국 국내여론 및 국내정치

예방전쟁의 양상, 지속기간, 인명피해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미국 국내여론/국내정치는 크게 달라진다. 침공이 시작되고 15~30분 안에 북한의 반격능력이 철저하게 파괴되고, 2~3일 안에 사실상 전쟁이 마무리되고, 휴전선 남쪽에서 인명피해가 미미하다면 미국 국내여론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게 된다.

⑤ 대한민국 정치문화의 급변

국민들 절대 다수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짝퉁 딜레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밤중에 예방전쟁이 시작되어 북한의 반격능력이 이미 철저하게 파괴됐고 접수 평정 단계가 준비되고 있다면? 평양붕괴 이후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한다. 그리고 거대한 정치문화의 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이 같은 찬스를 십분 활용해서, 한국인의 정치문화가 자유민주주의, 세계시장, 한미동맹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촉진시키고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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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컨틴전시가 현실화되면, 1) 전쟁 수행, 2) 중국 제어, 3) 북한 접수 및 통치, 4) 미국의 국내여론/국내정치 관리, 5) 대한민국의 정치문화 변화 등 다섯 범주에 걸쳐 지극히 복합적인 프로세스가 펼쳐지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관련해서 폼페오(국무), 매티스(국방), 볼튼(백악관안보보좌관), 해스펠(CIA), 헤일리(UN대사), 해리스(주한대사) 등으로 이루어진, 최강 팀을 구축했다.

위에서 살펴 본 다섯 범주 중에 미국의 국내여론/국내정치 및 대한민국의 정치문화 변화는 종속변수다. 첫째, 전쟁을 스마트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 둘째, 중국의 반발을 제어할 수 있는가? 셋째, 북한을 제대로 접수 통치할 수 있는가?—이 셋이 독립 변수다. 필자는 이 셋에 관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마디로 예방전쟁은 ‘타당성이 매우 높은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미국은 전쟁의지(will to war)를 매우 단단하게 굳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한편으로 최대압박을 전개하고, 다른 한편으로 협상드라이브를 펼쳐 온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는,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다.

미북회담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북핵을 ‘국가 아젠다 넘버1’으로 만든다.

북핵이 ‘국가 아젠다 넘버1’이 되면 의회, 민주당, 언론 역시 이 아젠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이니셔티브’(비둘기 역할)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 민주당, 언론은 ‘원칙 이니셔티브’(매 역할)를 취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의회, 민주당, 언론이 강경파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미국 국내여론은 ‘언제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폼페오의 3차 방북 및 그에 이어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 고조는 예방전쟁의 가능성을 엄청 높이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춰서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은, 예방전쟁이 벌어질 경우, 중국의 손발을 묶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 공은 북한의 특권층에 넘어갔다. “김가(金家) 사교체제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인가? 혹은 김가 사교체제를 무너뜨릴 것인가?”—이것이 북한 특권층이 절박하게 마주하고 있는 화두가 됐다. 지난 5월, 북한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 사석에서 필자에게 했던 말이 새삼 곱씹어지는 시간이다.

“김정은 체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CVID와 핵무기-보유 사이에 갈팡질팡하다 무너지게 된다. 예방전쟁으로 무너지든 내부 변란에 의해 무너지든…”

박성현 객원 칼럼니스트(자유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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