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공급업체 화재로 고객에게 식사 제공 못한 아시아나항공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 "기내식 사고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패"
직원들이 떼지어 경영자 경영판단 문제삼는 것은 공감대 사기 어려워
대한항공 조현민 갑질의혹으로 시작된 총수일가 압박과 비슷한 양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지난 6일 광화문에서 박삼구 회장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개최했다.(연합뉴스 제공)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 문제가 생기면서 고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못한 사고를 계기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이 경영진을 질타하고 나섰다.

지난 6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으로 추정되는 300여명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했다. 촛불을 든 이들은 기내식을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못한 사고의 책임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물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직원이라고 밝힌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사고가 발생한 것은 어쩔수 없었지만 박 회장이 왜 협력업체를 바꿔 이런 사건을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 회장이 기내식 제공업체를 바꾼 것이 경영판단을 잘못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을 제공하던 하청업체를 최근 교체했다. 새롭게 아시아나항공과 계약한 기내식 제조업체 공장에 불이나면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았지만 7월부터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계열 게이트고메코리아로 기내식 공급업체를 변경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은 기내식 제공 업체를 변경할 필요가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A씨는 "기내식만큼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굳이 기내식 업체를 바꾼 것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실패로 인한 부실을 메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받으려 무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16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했고 기내식 하청업체에게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내부 직원들은 이해하고 있는 상태다. 직원들은 독일회사는 투자를 거부했고 중국회사는 투자를 약속하면서 박 회장이 기내식 제공업체를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고 사실 관계를 설명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03년 아시아나항공 케이터링 사업부와 독일계 LSG가 지분 20대 80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5년마다 계약연장을 하고 있었다"며 올해 6월이 계약만기였고 더 나은 조건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업체를 바꾼 것이고 1600억 원의 투자와 기내식 제공업체의 변경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경영을 책임지는 박 회장을 다수의 직원들이 단체 행동을 통해 압박하는 행동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경영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수직적 구조를 갖추고 있기에 직원들이 경영을 놓고 시위를 벌인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이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건은 한진그룹의 사건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 광고담당 전무가 협력업체 직원에게 물을 뿌리는 등의 갑질을 했다는 의혹으로 시작한 한진그룹 직원들의 촛불시위는 경찰과 검찰의 조사로 이어졌고 결국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각종 의혹으로 이어졌다. 

가면을 쓰고 진행했던 한진그룹의 촛불시위는 결국 민노총 관계자들이 내부 직원인 것으로 속이며 시위를 주도하다 대한항공 노조와 갈등을 일으키고 현재는 중단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 역시 가면을 쓰고 촛불시위에 참석했다. 

언론의 과장된 보도와 내부 직원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주도했던 촛불시위가 결국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압박했던 것처럼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문제도 박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에 대한 폭로의 마중물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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