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뭄 비용 빠진 감사원 4대강 사업 편익분석은 정치선동 불과
4대강 사업 논란 끝내려면 정치에 휘둘리는 감사원 아닌 외국 전문기관 평가 필요
국민 생명-재산 보호 수자원 관리와 에너지 정책에 이념 들어가면 안돼

박재광 객원 칼럼니스트
박재광 객원 칼럼니스트

감사원이 7월4일 공개한 4대강 사업 편익분석 결과는 한마디로 가장 중요한 홍수·가뭄에 대한 평가가 없다. 더구나 4대강 사업을 안 했을 때 홍수·가뭄에 대응하는 대책에 대한 비용도 고려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을 안 해도 홍수·가뭄은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전 정부에서 수립한 방재사업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부정한 것과 같다.

편익분석은 고무줄 같이 멋대로 줄이고 늘릴 수 있어 공정성이 중요하며 산정가능한 모든 인자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 편익분석은 이런 기본적인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정치적인 선동에 불과하다.

2002년 태풍 ‘람마순’과 ‘루사’로 488명의 인명피해와 6조1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응책으로 김대중 정부는 8년 `동안 약 43조원의 예산으로 수해방지대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댐건설, 제방보강, 수계종합정비 등 의욕적인 계획들이 의지결여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거의 실행되지 못 했다. 이 와중에 2006년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로 63명의 인명피해와 약 2조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한 수문학 원로교수는 ‘수해방지는 국가의 최우선 기본책무 중의 하나인데 국가가 직무를 유기했다’고 통탄했다. 2007년 노무현정부는 비난을 무마시키기 위해 10년 동안 약 87조원의 예산으로 ‘신국가방재시스템’이란 계획을 세웠으나 또 흐지부지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의 예산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2년4개월 만에 완공했다.

이번 감사원 발표는 방재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2003년 자체보고서와 과거 정부의 끊임없는 사업계획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미국 공병단의 기술자가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 4대강 사업이라고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결과를 번복하는 감사원과 국내 연구기관이 아니라 외국 전문기관의 평가가 필요하다.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이었던 박근혜 정부는 민간 전문가 92명을 모아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1년여의 조사 결과 ‘홍수·가뭄 등 치수 효과는 있었지만, 녹조 현상 등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나 댐에 있는 녹조는 수질이 나쁜 곳에서 발생하여 조류가 쌓인 것이다. 더구나 4대강 사업 이전의 녹조 분포를 보면 하구언이나 보보다 오염원이 많은 곳에서 농도가 훨씬 높았다. 따라서 보를 열어 수질이 좋아졌다는 것은 보에서만의 결과일 뿐 하천 전 구간에서는 좋아지지 않았다.

녹조는 전 세계 어디서나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댐·보 또는 호수를 없앤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질개선을 위해 질소·인의 배출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 마디로 환경부가 수질관리를 잘못해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에는 현재 약 250만개의 댐·보가 있으며, 건설된 댐의 38%가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것이다. 물이 없으면 녹조는 눈에 안 보이지만 가뭄에 시달린다. 선진국은 수자원 확보, 수변공간, 물놀이 공간 확보가 우선이지만 한국의 사이비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녹조가 무서워 물이 고인 곳은 다 없애자는 주장이다. 보를 없애 하천유지용수가 없으면 과거같이 수질은 더 악화된다.

한국은 자연호수가 거의 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 되면 물놀이가 보편화된다. 한국의 서민행세를 한 대통령처럼 일본 가서 요트를 타지 않으려면 미국처럼 댐과 보를 막아 물놀이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은 이런 물놀이를 위한 수변공간도 제공한다.

최근 정부는 지난 1년간 4대강 16개 보 중 10개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한 결과, 물 흐름 회복으로 녹조가 감소하고 생태계가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보를 열면 보에서의 조류농도는 당연히 낮아진다. 그렇다고 조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류로 흘러갈 뿐이다. 수질관리만이 조류농도를 낮춘다.

승촌보에서 보 개방 후 멸종위기 Ⅱ급 노랑부리저어새 개체 수가 증가했고, 세종보 상류에서는 독수리가 처음 관찰되기도 했다고 한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늪, 호수, 탁 트인 평지의 물가에 서식하기 때문에 보를 열어 개체 수가 증가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독수리는 1981년 처음 한국에서 발견됐다. 만주지역에서 서식하는 독수리는 계속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에 독수리 개체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먹이주기 행사를 했기 때문이다. 승천보에서는 동물의 사체를 주워 먹는 독수리가 물이 빠지면서 죽은 물고기를 먹으로 온 것일 수도 있다. 생태계 조사를 1년 동안 한정적으로 하면서 결론을 내린 것은 코끼리 다리 만지고 코가 굵다는 것과 같다. 이것이 한국의 현 수준이다. 과학을 정치로 이기려는 서커스를 하고 있다.

현 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 4대강 사업의 기본적 목적이었던 치수 효과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2~4배나 예산이 더 소요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방재사업은 무시한 채 4대강 사업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또한 보를 열어 피해를 입은 농어민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세금을 엿 주듯 한다.

작년 12월 YTN에서 4년째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물을 구하기 위한 길고 힘든 싸움이 벌어졌다는 보도를 했다.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가뭄이 심했던 지난 2015년 9월 충남 서북부 지역 유일한 수원인 보령댐의 저수율이 20%까지 떨어지자 금강 백제보 하류에서 물을 끌어오는 '보령댐 도수로' 건설을 결정했다. 이 공사를 하지 않았으면 보령댐에서 용수를 공급받는 충남 지역 8개 지자체 주민 48만명에게 '물 공급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상주보에도 인근 지역을 잇는 도수로가 설치됐고, 공주보와 예당저수지를 연결하는 약 30㎞ 길이 도수로도 건설했다. 모두 4대강 사업을 안 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4대강 보를 없애면 이런 투자가 무용지물이 되어 세금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농업·공업용수 부족으로 큰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볼 때 크게 6년, 38년, 124년마다 대가뭄이 왔다. 지금 더 큰 문제는 가뭄의 상시화다. 2000년대 이후 거의 매년 가뭄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가뭄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기후변화로 2013년 이후부터는 연강수량도 계속 평년 강수량보다 현저히 낮다. 4대강 사업 방식 이외의 가뭄 대응책을 내놓고 4대강 사업과 비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정치적 쇼이자 국민 기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부터 보를 없애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안 했다. 정치적 쇼를 하지 말고 한강의 잠실 수중보의 수위를 낮추고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평가를 하도록 하자. 미국에서는 부당한 주장으로 피해를 입힐 경우 경제적 보상을 하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환경단체도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한국처럼 사업을 방해할 수 없다. 국민의 여론이 뒤바뀌면 보를 없애거나 원전을 폐기하자는 주장을 한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역사는 돌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전 분야에 걸쳐 이념적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가 변질되고,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던 집단이 평화의 사자로 포장되며, 일자리와 국부를 창출하던 자본가가 사회의 악이 됐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하던 원자력 발전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퇴출되고 있다. 가뭄과 홍수를 방지했던 4대강 사업이 이제는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보를 허물 기세다. 이런 세계적인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는데 매스컴은 오히려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 곧 늪에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닥쳐도 국민은 무감각하다.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다른 사람이 어떤 피해를 입고 국가가 어떻게 돼도 상관할 바 아니란 편협한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탈원전을 하고 새 발전소 건설을 금지하면서 값싼 전기를 원한다. 유전개발과 정유소 건설은 싫지만 값싼 기름을 원한다. 친환경이라고 태양광이 좋다고 하면서 생태계·산림파괴는 눈감는다. 주택개발자에서 온갖 제약과 기부를 원하면서 값싼 주택을 원한다. 쓰레기는 계속 배출하면서 매립장이나 소각장 건설은 반대한다. 보다 많은 의료혜택을 받기 원하면서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싫어한다. 경쟁이 싫고 나보다 부자가 싫으니 시장자본주의보다 마음이 따뜻해 보이고 정의롭게 보이는 사회주의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내 주머니보다 부자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나오는 것을 당연시 한다. 북한의 호전적인 행동을 겪으면서 70년을 대치해 왔지만 이제는 착하게 살겠다고 하니 평화가 왔다고 좋아 한다. 이것이 현 한국 사회의 현 주소이다. 모두 고고한 척하지만 결과는 나만 빼고 모두에게 부담 지우는 것은 좋다는 심보를 가지고 있다. 책임과 헌신을 중요시 하는 선진국의 국민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수자원 관리와 에너지 정책은 정치가 아니라 미래와 후손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좌·우의 이념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모두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분석하는 시간이 왔다. 실패하면 한국은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박재광 객원 칼럼니스트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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