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초·중·고 교육과정에 사회적경제 내년부터 필수과목으로 반영
교사-학부모-전문가까지 모두 반대…"역사교과서보다 더 신중히 접근해야"

 

교육부가 시장경제의 경쟁체제를 거부하는 좌파들의 경제관인 '사회적경제'를 정규 교육과정 필수 과목에 반영하기로 했다. 교육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권은 주요 어젠다로 사회적경제를 등장시켰고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관련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교육 분야에 파고들고 있다.

정부는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사회적경제를 반영해 청소년 시절부터 사회적경제에 대한 의식을 갖추도록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 교재를 만들어 사회교과 등의 보조교재로 활용하거나 사회적경제를 선택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일부 시·도에서 '인정도서'로 개발해 활용하던 사회적경제 보조교재와 교수자료를 교육부 차원에서 개발해 내년 신학기 전까지 보급한다.

사회적경제 연구학교도 운용하고 교사 연수도 올해 4개 권역에서 시작해 2022년까지 17개 시·도 전체로 확대한다. 또 교육과정을 개정해 사회, 도덕, 통합사회 등 초·중·고 학교급별 필수과목에 사회적경제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는 사회적경제를 전공하는 대학생을 양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50개 대학에 사회적경제 학부를 개설하는 비용을 지원하고 학부생 500여 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당장 반발하고 있다. 부산 A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정권 입맛대로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은 공교육을 망치는 지름길"이라며 "현행 교과서에 경제 부분은 아주 잘 집필돼 있으니 가만 놔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도권 B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아직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가 끝나지 않은 내용을 교육과정에 넣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육을 특정 세력에게 유리하게 농단하지 못하도록 만든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수도권 C고등학교에서 경제를 가르치는 한 교사는 "사회적경제에서 추구하는 공유 등의 가치는 사익 추구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 질서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사회적경제의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은 결국 스스로 책임지는 시민으로 자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에 의존하게 되므로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도 반발한다. 충남의 한 학부모는 "이미 사회적경제 교육을 하는 학교를 보면 특정 정당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이 와서 강의한다"고 우려를 표했고 서울의 한 학부모는 "사회적기업 다수가 정부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를 이상적인 기업 형태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경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사회적경제를 일부 소개할 수는 있지만 이는 현재 교과서에도 충분히 들어있다"며 "사회적경제를 더 확대하는 일은 자칫 시장경제를 위협할 수 있어 역사 교과서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호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의 경쟁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착한 일을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국가의 지원금을 받아 생산한 물건을 국가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국제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사회적경제는 국민의 혈세에 기업들이 기대도록 종용하고 우리끼리 생산해 우리끼리 소비하자는 과거 조선시대의 폐쇄적 경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뛰어난 상품과 가격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옥죄는 각종 경제정책들로 1년을 보낸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양산하는 사회적경제를 육성해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작년 10월 발표했던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내놓고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청년들이 이런 기업에 취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을 시작하는 창업자에게 최대 2년간 자금, 사업 공간, 판로 등을 지원하며 이런 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인건비도 1년에 최대 2400만 원씩 총 2년간 지원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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