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조현민‧부인 이명희 이어 조양호 회장 구속영장도 기각
재계 “검경의 망신주기식 수사도 비판 받아야"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한진가(家) 인사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영장 신청이 줄줄이 기각됐다. 검경이 악화한 여론을 등에 업고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전 검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한진가 일가 모두가 구속은 피하게 됐다.

경찰과 검찰은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 이후 한진가 오너 일가의 비리를 겨냥한 표적수사를 벌여왔다. 이후 조 전 전문에 대해서 1회, 이 전 이사장에 대해 2회, 조 회장에 대해 1회 등 한진가 오너 일가에 대해 총 4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경우, 폭행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 5월4일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선에서 반려됐다. 검찰은 “조 전 전무의 주거가 일정하고 현장 녹음파일 등 관련 증거가 이미 확보돼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 불구속 수사할 것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폭언, 폭행을 한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 등으로 두 번 연거푸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에 대한 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재계에서는 경찰과 검찰이 무리한 영장을 남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위 ‘적폐 청산’과 ‘재벌 개혁’을 명목으로 경제인들에 대한 ‘모욕주기식’ 구속영장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고 해서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표적 수사’를 해선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죄가 있다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꼭 필요치 않은데도 일단 영장을 청구하는 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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