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탄핵선고後 예상된 '대규모 소요' '경찰·행정관서 습격' 가정일뿐
기무사 "촛불 1540만명 '기각되면 혁명' 태극기 1280만명 '인용되면 내란'" 간주
"신중한 판단 필요", "상황 악화시" 전제로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3단계 설정
실제 탄핵정국땐 "폭력시위 변질, 중요시설 방호 통제곤란" 전제 위수령조차 없어
강연재, 기무사 문건 공개 與이철희 겨냥 "국정원 와해 이은 기무사 와해" 의혹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초선)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초선)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초선)이 "촛불집회 때 군이 위수령·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며 "가담자 전원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그 근거인 기무사령부 문건의 실제 내용은 탄핵 선고 이후 벌어질 수도 있는 대규모 폭력시위를 가정한 '원론적 검토'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공개한 2017년 3월초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기무사령관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이라는 제목으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8쪽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수행방안 문건은 현상진단, 비상조치유형, 위수령발령, 계엄선포, 향후조치 등 총 5개 목차로 구성돼 있다. 당시 기무사는 "정치권이 가세한 촛불·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보수 세력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2017년 3월초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일부.
2017년 3월초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일부.

특히 탄핵 촉구 촛불 집회는 3월초까지 18차례의 집회에서 연인원 1540만여명이 "기각되면 혁명" 주장을 폈고,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는 15차례 집회에서 연인원 1280만여명이 "인용되면 내란"을 주장하고 있다고 봤다.

기무사는 "일부 보수진영에서 계엄 필요성을 주장한다"면서도 "국민 대다수가 과거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계엄시행 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한계를 제시했다.

이를 미루어 '촛불집회만을 표적 삼아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잃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기무사는 시위 격화 시 취할 비상조치부터 위수령-계엄-비상계엄 3단계로 구분하고 있어 계엄 발령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로도 대규모 소요는 일지 않았고, 군은 위수령조차 발령하지 않은 채 탄핵 정국은 마무리됐었다. 

군이 가상 설정한 3단계 비상조치 중에서, '계엄령'하면 국민 대다수가 떠올리는 조치는 최종단계인 비상계엄에 가깝다.

2017년 3월초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일부.
2017년 3월초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일부.

기무사가 거론한 그 '시행요건'도 "경찰의 소요사태 진압 과정에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자, 과격시위대에 의한 경찰·행정관서 난입 및 무기 탈취 등 극도로 사회질서 혼란", "정부의 행정·사법 기능을 포함한 국정 전반이 마비 상태에 이르러 군에 의한 사회질서 조기 안정화 필요성 대두"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 아랫단계인 위수령 발령의 시행요건부터도 "평화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되면서 경찰력만으로 '중요시설' 방호 및 시위대에 대한 통제 곤란"과 "시위 동조세력이 급격히 증가하여 경찰통제 불응, 중요시설 점거시도 등 질서혼란"이 발생할 때, 또는 "서울특별시장 등 시·도지사가 치안유지를 위해 군 병력 출동지원 요청"이 있을 때로 엄격하다.

육군참모총장이 시위 발생지역 주둔부대 지휘관을 대통령령에 근거해 위수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사령관은 방송·통신·신문 등을 통해 담화문을 내야 한다. 청와대 등 중요시설에 파견된 군 병력은 시위대 통제간 현행범을 체포해 경찰에 현장 인계할 권한을 지니고, ▲폭행을 받아 부득이한 때 ▲다수 인원이 폭행해 진압할 수단 부재 시 발포할 권한을 지닌다.

계엄 초기 단계인 경비계엄의 경우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일부 폭력사태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혼란이 조성"되고, "경찰력만으로 치안확보가 곤란해 군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나 사법업무를 포함한 국정기능은 정상 가동"할 때를 시행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 역시 대규모 시위에 따른 폭력사태, 사상자 발생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조차도 국방부가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경비계엄 선포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하고,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를 통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무총리 보고와 국무회의 상정-심의-의결을 거쳐 대통령 재가까지 받아야 선포가 가능하다.

비상계엄 임무수행군은 탄핵결정 관련 핵심시설인 청와대, 헌법재판소, 정부종합청사, 국방부(합참) 등 4곳을 3개 여단 규모로 '방호 및 소요진압'을 위해 운용하도록 돼 있다. 국가 '사이버 대응조직'을 활용해 북한의 사이버심리전 활동 등을 차단한다는 계획도 기무사는 세웠다.

사진=강연재 변호사 페이스북
사진=강연재 변호사 페이스북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왜 이런 기사를 냈을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서울 노원구병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강연재 변호사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무사 문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마치 촛불 들고 평화로이 집회하는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집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무시무시한 계엄령까지 선포하려 한 것처럼 읽히는데, 이 말 그대로면 군이 정신병자 집단이 된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꼼꼼히 읽어보니"라고 상기하며 "(기무사 문건은)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됐을 때 거의 폭동에 준하는 대규모 과격 불법시위가 촉발될 것을 전제하고 있었고, 과격 시위단이 청와대 진입을 시도해 점거하고 심지어 경찰서 난입과 방화, 무기탈취까지 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건에 대해 "위수령이라는 현존하는 법령을 근거로 의견을 내고 있고 가능한 대응 방안을 위험수위의 단계별로 구분한다"며 "위수령 정도로 시작하되, 더 심해지면 계엄, 더 더 심해지면 비상계엄. 이 단계는 법령에 따른 통상적인 단계를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헤드라인이 아닌 실제 내용도, 촛불집회에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되느냐"고 유권자들에게 반문했다.

강 변호사는 "대규모 과격단체가 탄핵 기각 결정에 격분해 경찰서까지 점거 방화를 하고 무기를 탈취하는 상황이 현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다면 국가가 아무런 대응도 안 해야 하느냐"고 재차 반문했다.

그는 "기사 헤드라인만 보고 덮어놓고 분노하고 적폐로 매도하기에 급급한 분들에겐 외람된 말씀이오나, 국민이 직접 그 (기사의) 의도와 행간을 파악하려는 노력 없이 대충 읽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의 언론 이용은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라며 "10년 동안인지, 20년 전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적폐라 할 것이며 권력의 낯뜨거운 사유화와 언론 검찰 휘두르기를 또 보고 또 반복하자고 촛불을 들었던 것인가. 이제는 냉정히 돌아보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때가 됐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강 변호사는 한편 "민주당 의원이 왜 이런 기사를 냈을까"라며 "국정원 와해→기무사 와해→대체복무제 실시→전작권 환수→주한미군 철수 (순서로) 평화는 아직도 먼데 우리나라의 무장 해제가 먼저 성급히 진행되고 있다는 심각한 불안감이 밀려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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