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이 밀어올린 곽태선 내가 막았다"던 김성주 발언은 거짓말?
靑정책실장-공단 이사장이 지지한 곽태선 탈락시킨 '윗선'은 누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연합뉴스 제공)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연합뉴스 제공)

청와대가 635조원 규모의 국민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종료된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서 최종 3인까지 올랐다가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장하성 정책실장 및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의 통화내역을 공개하고 나섰다.

곽태선 전 대표는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장 실장과 김 이사장이 모두 자신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추천하고 지지했지만 두 사람보다 윗선에서 탈락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곽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장 실장과 내가 아닌 윗선에서 탈락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곽 전 대표는 밝혔다.

이 보도는 장 실장과 김 이사장 위에 어떤 사람이 곽 전 대표를 새로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인선하는 것에 반대했는지 궁금증이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5일 시작된 장 실장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개입을 희석시키려고 나섰던 김성주 이사장까지 이 사건에 깊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김 이사장이 언론을 통해 해명한 것들이 사실이 아님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일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과 관련해 "인사권자는 자신"이라고 말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이날 김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는 누구나 추천을 할 수 있지만 인사권자는 어디까지나 연금공단의 이사장"이라며 "청와대 인사 개입은 없고, 코드인사로 없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이 곽 전 대표를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곽 전 대표를 탈락시켜 청와대의 외압을 막았다는 김 이사장의 주장이 허구였다는 것은 곽 전 대표의 추가 폭로를 통해 드러났다. 635조 원의 국민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투자 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에 청와대의 코드인사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자 이를 수습하려던 김 이사장까지 장 실장과 한통속이었던 것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연합뉴스 제공)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연합뉴스 제공)

청와대도 장 실장이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뒤늦게 인정했다. 곽 전 대표가 "장 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지원을 권유했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처음에는 부인했지만 이내 장 실장이 곽 전 대표를 추천한 것이 사실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는 "장 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후보로 곽 전 대표를 추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와 연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절차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 정도였다"고 당초 설명했지만 곽 전 대표가 청와대의 해명에 "화가 난다"며 장 실장과의 대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자 해명을 번복했다. 

곽 전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에 내가 좋을 것 같다며 장 실장이 지원을 권유했고 지난 1월 말 장 실장과 처음 통화하면서 20분간 기금운용본부장 자리와 업무 방향 등에 대한 전반적인 대화도 나눴다"고 말했다. 또 곽 전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지원을 결심한 다음 날도 장 실장과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통화에서 장 실장은 "나하고 면담은 나중에 하고 일단 인사수석실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곽 전 대표에게 알렸다고 한다. 

작년 7월 17일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장을 선발하기 위해 구성된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지난 2월 19일부터 4월 중순까지 후임자를 찾는 공모에 들어갔고 지난달 27일 제8대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절차는 마무리했지만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 과정에 16명이 지원해 8명이 1차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신인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자문역(부사장),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3명이 최종 후보가 됐다. 

언론을 통해 곽 전 대표가 유력하다는 추측성 기사가 나오면서 내정설이 확산됐지만 곽 전 대표를 포함한 최종 후보자 3명 모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곽 전 대표는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진행한 서류와 면접심사에서 역대 기금운용본부장들 이상의 점수를 받고도 낙마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 실장이 추천한 인사였던 곽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장 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장 실장은 최근 정책실 수석 인사에서 유임됐지만 실장 아래 3개 수석비서관 가운데 사회수석을 제외한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모두 잃었다. 문재인 정권 1년간 청와대 경제참모들이 이끌었던 소득주도 성장이 실패로 결론나면서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모두 교체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정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공모 과정을 개시하면서 시작된다. 추천위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면접 전형과 인사 검증을 통해 최종 한 명을 선정하고, 이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가해서 선임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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