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안국역 등에 '대한민국 100주년' 표기된 D-day 모니터 설치...대대적 분위기 조성
1919년 건국론은 특정세력의 주관적인 역사인식이며 학술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
공권력이 앞장서 역사논쟁 결론짓고 세금 들여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

최근 서울시청 본청 안과 서울지하철 안국역 등에 '3.1절 100주년 D-day 모니터'가 설치된 것으로 6일 PenN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당 모니터에는'3.1절 100주년. 대한민국 100주년'이란 표현이 명기돼 있다. 내년 3월이 3.1절 100주년이라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대한민국 100주년'이란 표현은 성격이 다르다. 그동안 한국에서 학계나 정부, 국제사회의 정설로 여겨졌던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기정사실화하는 좌파적 역사관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논란이 뜨거운 역사적 관점을 일방적으로 결론지어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는 2016년 11월부터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을 진행해왔다. 이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3월 1일에 100주년 D-day 모니터가 안국역과 서울시청 청사 로비에 설치됐다.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사무국은 현재 설치된 모니터에 주로 D-day가 떠있지만, 빠르면 7월 중으로 3.1운동 관련 광고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민국 100주년’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객관적인 역사적 사료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 기정사실화하고 대대적으로 띄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각 지자체별로 기념사업을 통해 지역 홍보와 치적쌓기에 나서긴 하지만, 공공시설에 일방적 역사 인식을 담은 화면을 게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나 현 집권여당 측에서 수차례 행사에서 '건국 100주년'이란 표현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주관적인 역사인식이며 1919년 건국론은 학술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관적 역사인식이 객관적‧역사적 사료들보다 우선시 되고, 이러한 인식이 공권력에 기대어 확산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19년에는 위대한 3.1운동이 있었지만, 당시 임시정부는 국가의 3대 요소인 국민-영토-주권이 없던 상태로 국가로 보기 힘들며, 1941년 임시정부가 발표한 건국강령을 보더라도 나라가 아직 세워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건국을 완성하기 위한 독립운동기구로 봐야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1948년 당시 자유로운 선거가 실시돼 국민들의 일반 의지가 반영된 유일한 합법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이다. 이것이 같은해 12월 12일, UN총회 결의안 195-3에 반영돼있다”며 국제정치학적인 근거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에 따른 건국을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나서서 ‘대한민국 건국이 48년이 아니고 19년이다’라고 하는 것은, 이것은 적폐청산을 넘어서 역사청산으로 봐야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칭할 경우 대한민국 유일 합법정부 수립으로 인식되는만큼, ‘건국 100주년’을 강조하는 움직임에 대해 북한과의 역사적인 마찰을 피하고, 궁극적으로 연방제 추진을 위한 초석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이같은 역사논쟁 속에 역사를 선점함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편입시킴으로써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소리를 강화하려는 정치공학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남북 화해무드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공권력이 앞장서 무리하게 역사를 비트는 행위이며, 내년에 있을 3.1운동 100주년 기념을 대대적으로 띄움으로써 학술적 자료에 근거한 역사 논의는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서울시가 ‘대한민국 100주년’이란 표현의 근거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축약해서 활용하는 것을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임시정부'라는 내용이 배제되면 혼선이 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념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떠한 부분이 논쟁이 되는지 찾아보고 직접 객관적 사료에 근거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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