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5.18-국정교과서-백남기-위안부 합의 등 끊임없는 재조사
현 정권 입맞 맞는 결론 내기 위해 무리수 적지 않다는 평가
검찰 경찰 일반행정부 사법부까지 총동원...견제와 비판도 사실상 실종
쓸데없는 과거사 뒤집기 하는 동안 국민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져
실업률...美 50년만의 최저-日 25년만의 최저인 반면 한국은 10년만의 최고

4대강 재조사를 진행한 감사원.(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권은 출범 후 1년 이상 이른바 '적폐 청산'을 내세워 과거 정부의 결정을 뒤집거나 흠집을 내는 '재조사-재수사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와 검찰 경찰까지 동원한 '과거 뒤집기' 행진은 적지않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현 정권의 입맞에 맞는 결론을 내기 위해 무리수도 잇따르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작년 5월 4대강 사업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고 감사원은 4번째 감사에 들어갔다. 단일 국책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네 차례나 감사를 벌이는 것부터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

감사원은 4일 결과 발표를 통해 "사업결정 과정에서 위법성을 찾지 못했고 징계나 고발 등의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주력 사업 중 하나였던 4대강 정비사업의 흠결을 찾고자 시작한 재조사에서 별다른 수확을 올리지 못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심을 더 깊게 파야 한다"는 등 4대강 사업에 대한 세부지시를 한 것을 마치 문제가 있는 듯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건설회사에서 전 세계를 다니며 대형 토목건설을 한 전문가인 대통령이 프로젝트 직접 챙기며 일 했다는 것이 무슨 범죄가 되는 듯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대통령은 일하지 말고 쇼만 하는 자리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감사원의 의뢰를 받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2013부터 2016년까지 4년치 자료를 토대로 2063년까지의 4대강 정비사업의 편익과 비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4대강 정비의 주요 목적 중 하나였던 홍수피해 예방 효과의 편익을 0원으로 집계하는 우를 범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4대강 정비사업 이후 홍수가 야기될 정도로 호우가 내린 적이 없어 편익이 다소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좌익 운동가 백남기 씨가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사건에서 사인(死因)을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변경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9월 지병(持病)으로 사망한 백 씨는 문재인 정권이 시작된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던 작년 6월 15일 외부의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둔갑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연합뉴스 제공)

 

이런 '엉터리 재조사'는 4대강 정비사업만 두고 일어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있었던 각종 사업도 재조사의 대상이 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5년 박근혜 정권이 일본과 타결한 '한일위안부합의'를 재검토하는 테스크포스(TF)를 자신의 직속 조직으로 작년 7월 설치해 검증작업을 진행했지만 일본과의 외교 문서 일부를 국내 언론에 공개하며 외교적 결례를 범했고 결국 올해 1월에는 '일본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꼬리를 내렸다.

문재인 정권은 또 출범하자마자 반(反)대한민국적 역사관을 조장하는 교과서가 교육현장에 팽배한 문제점을 막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교육부 장관으로 좌파 교육감 출신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임명했고 국정교과서 폐지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국정교과서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을 적폐로 몰아가는 작업을 진행했다.

작년 9월 출범한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광주사태에서 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이 가해졌다는 주장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왜곡에 나서기도 했다. 헬기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사격을 했다는 물리적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고 헬기를 조종했던 조종사가 사격 지시를 받아 이행했다는 그 어떠한 증언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재인 정권의 국방부는 주장만 앞세웠다. 

 

국민연금공단 관련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국민연금공단도 이른바 '적폐청산' 후유증을 앓고 있다. 주요 간부들이 문재인 정권에서 줄줄이 물러나거나 사의를 표명하면서 635조 원 규모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사실상 공백 상태로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강면욱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작년 7월 돌연 사임했다. 그리고 강 전 본부장의 직무를 1년간 대신하던 조인식 기금운용본부 해외증권실장도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조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는 조 실장이 지난 2016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나섰던 특별검사팀에 협조했던 직원들을 질타했다는 이유로 최근 국민연금 인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실장의 사의 표명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책임자부터 주식운용실장과 해외대체투자실장에 이어 해외증권실장까지 자리를 비우게 됐다. 채준규 주식운용실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해임 배경은 문재인 정권이 주장하는 이른바 '적폐청산'이었다. 기금운용본부에서 해외부동산 투자를 총괄하는 해외대체투자실장으로 작년 5월25일 임명됐던 김재상 전 메리츠자산운용 경영전략총괄 상무는 한 달 여 만인 그해 7월 5일 임용이 취소됐다.

 

검찰과 국정원 관련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국정원과 검찰을 동원해 노무현 정권의 약점 중 하나인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포함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된 과정을 재조사하겠다고 나섰고 또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를 수사하던 검찰이 외부에 이 사건을 알린 경위를 재조사하고 있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국정원 댓글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혼외자 논란으로 사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건 등도 재조사하고 있다. 

현 정권은 검찰이나 경찰, 일반 행정부의 핵심 요직에 자신들과 '코드'가 같은 인사들을 대거 배치해 마구 칼을 휘두르고 있다. 또 권력의 폭주를 견제해야 할 사법부도 현 정권 핵심세력과 성향이 비슷한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좌향좌가 두드러지면서 '좌파 무죄-우파 유죄'라는 냉소적 말까지 낳게 하고 있다. 언론 역시 극소수를 제외하면 현 정권에 자발적으로 '부역'하거나 자기 회사의 이해 관계 때문에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견제와 비판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권이 정치적 이념적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비생산적 과거사 뒤집기를 하는 동안 국민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경제 호황으로 미국의 5월 실업률은 3.8%로 50년만에 최저, 일본의 4월 실업률은 2.5%로 25년만에 최저인 반면 한국의 5월 실업률은 4.5%로 10년만에 가장 높았고 같은 달 청년실업률은 10.5%로 통계작성 후 최고였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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