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장및 직무대리-해외증권실장-주식운용실장-해외대체투자실장까지 '공석'
조인식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 사의표명…'국민연금 적폐청산'의 후유증

국민연금공단 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연금의 이른바 '적폐청산' 후유증이 심각하다. 주요 간부가 줄줄이 물러나거나 사의를 표명하면서 635조 원 규모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사실상 공백 상태로 확산되고 있다.

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작년 7월 사임한 강면욱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직무를 1년간 대신하던 조인식 기금운용본부 해외증권실장이 4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미 1년째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을 그나마 대신하던 조 실장마저 사의를 표하면서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운용할 책임자의 심각한 공백이 우려된다. 

조 실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사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사의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이날 서울에서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 불참했고 전주 기금운용본부에도 출근하지 않고 있다.

조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는 조 실장이 지난 2016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나섰던 특별검사팀에 협조했던 직원들을 질타했다는 이유로 최근 국민연금 인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실장의 사의 표명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책임자부터 주식운용실장과 해외대체투자실장에 이어 해외증권실장까지 자리를 비우게 됐다.

채준규 주식운용실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해임 배경은 문재인 정권이 주장하는 이른바 '적폐청산'이었다. 

해외대체투자실장 역시 1년 이상 공석이다. 기금운용본부에서 해외부동산 투자를 총괄하는 해외대체투자실장으로 작년 5월25일 임명됐던 김재상 전 메리츠자산운용 경영전략총괄 상무는 한 달 여 만인 그해 7월 5일 임용이 취소됐다.

국민연금은 겸직과 직무대리 체제를 통해 빈자리를 메운다는 방침이지만 국민들이 맡긴 노후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하는 기금운용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겸직과 직무대리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 제8대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절차는 마무리했지만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장을 선발하기 위해 구성된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공모 절차를 진행해 3명의 최종 후보를 추천했지만 그 누구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기금운용본부장 후보에 오른 최종 3인 중 한 사람이었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사장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진행한 서류와 면접심사에서 역대 기금운용본부장들 이상의 점수를 받고도 낙마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객관적으로 탈락할 이유가 없는 곽 전 사장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인선되지 않으면서 코드인사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이날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이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코드인사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민연금은 역대 기금운용본부장들 이상의 점수를 받은 후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적격 사유조차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재공모를 결정해 또다시 인선을 지연시켰다"며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코드인사'를 강행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에 국민들에게 의혹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주식운용실장을 해임한 것에 대해서도 "현 정권 코드에 맞춰 적폐청산 실적을 쌓으려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