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의 원인은 빛, 온도, 영양, 유속과는 무관
가뭄과 홍수의 쌍곡선, 점근선은 ‘물 관리’ 뿐이다.
물 부족국가가 살 길은 ‘수체’를 늘리는 것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태풍이 지나갔다. 남부지방엔 물폭탄이 쏟아졌다. 태풍이 빠져나간 하늘은 청랑하기 이를 데 없고, 오늘 아이들이 신문을 이용해 발표 자료로 가지고 온 내용에는 장마철에 관련된 태풍과 홍수, 가뭄 관련 기사가 들려 있었다.

집중호우로 물이 쏟아지는 시기에도,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시기에도 사실 보와 댐은 필요한 것이건만 아이들은 ‘녹조 이야기’를 가져와 교사의 코멘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곧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그래서 갈수기에 증발량이 많고 강수량이 적어지면 하천마다 녹조가 늘어갈 테니 환경단체들의 말처럼 보를 개방하고 자연 상태의 하천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특히 '비리의 온상'인 4대강 사업은 백지화 하는 것이 맞고 원래의 ‘자연상태’로 되돌려 주는 것이 상태환경의 복원 차원에서도 좋지 않으냐는 기사를 가져와 발표를 마친 참이었다.

● "4대강’이 잘못했네!"

“얘들아, 낙동강은 ‘천정천’이야.”
“천장이 뭐라구요? 선생님? 강에 천장이 어디 있어요?”

‘토사들이 퇴적되어 하천의 바닥이 주위의 평지보다 높은 하천’을 이르는 천정천(天井川). 그런 어려운 말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리 없지만 일단 이야기의 출발은 거기여야 했다. 아이들이 체육대회 때 을숙도에 가서 자기들 눈으로 본 낙동강 이야기라야 쉽게 수긍할 수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강바닥이 높아 비만 오면 범람하는 하천이 낙동강이었고, 그 낙동강은 장마철이면 단골로 그 주위를 물바다로 만들곤 했었다. 당연히 낙동강의 영향을 받는 부산의 북구, 사하구 일대는 상습침수 지역이었고, 비만 오면 침수가 되니 그 주변 공장들은 침수가 끝난 후 기계를 꺼내 말리는 일이 전혀 낯설 것 없는 연중행사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낙동강 부근 지역의 침수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지난 해 태풍 ‘차바’가 물 폭탄을 들이부어 해운대 방파제가 무너지고 해운대 센텀 지역이 어디가 바다인지 모르겠다고 보도가 요란하던 무렵에도 낙동강 부근 침수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것은 필시 4대강 공사덕분이었다고 믿는다. 홍수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불어난 물을 잡아줄 수 있는 보와 댐 덕분이라고 이야기 하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 이야기는 녹조. 아이들은 녹조가 늘어난 것이 ‘4대강 공사’ 때문이라는 기사들을 가지고 필자를 설득하려 들었다.

“4대강 공사로 물이 고여 있고 유속이 느려져서 그런 것 아닐까요? 선생님, 물은 고이면 썩잖아요.”

아이들은 득의만만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고로 보를 개방해서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 그 주장을 펼친 아이를 향해 아이들은 치켜세운 엄지손가락을 날렸다.

명언을 날린 아이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1990년대의 녹조기사. 출처 정규재TV

“그래? 4대강이 잘못했네!”
“그럼 세 가지 질문에 답해주면 오늘 네가 승! 선생님이 사탕을 쏜다!”

“첫째, 4대강 사업이 ‘녹조라테’의 원흉이라면 4대강 공사 기간인 2009년 7월 ~ 2011년 10월 이전엔 녹조가 많지 않았어야 한다. 그럼 이 기사는 뭔지 설명해야 한다.

둘째, 흐르는 물이 썩지 않고 고인물이 썩는다면 호수는 다 썩었어야 한다. 충주호는? 대청호는? 세계적인 호수 바이칼호는? 거의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이 호수들은 왜 썩지 않는지 설명해야 한다.

셋째, 4대강 사업의 결과를 백지화하고 자연하천으로 돌아간다면, 가뭄에 필요한 농업용수는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아이들은 한동안 멍하게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 녹조도 자원, 이용하기 나름이다

가뭄도 홍수도 자연재해이다. 인간이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홍수를 막기 위해 댐과 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갈수기를 대비해야 지속되는 가뭄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과 가두어진 보에서 발생하는 녹조, 그 둘 사이의 갈등이 난감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아이들을 향해 녹조의 발생원인은 ‘유속’이 아니란 사실을 알려 주고, 실제로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 녹조를 과학의 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녹조의 발생원인은 빛과 온도와 영양분이라는 사실과 함께.

 (왼쪽) 녹조비료와 바이오플라스틱
(오른쪽)녹조비료와 바이오플라스틱 출처 정규재TV

녹조를 활용하면 연료로 가공도 가능하고 바이오플라스틱으로 가공하여 썩는 쇼핑백 같은 것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유기비료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녹조를 도리어 키워서 이미 산업으로 활용하는 나라도 있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은 의아해 하며 그럼 우리도 하지,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오히려 쏟아져 나왔다. 과학의 힘으로 자연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녹조라떼’도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녹조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 ‘물의 세계사’에서 배운다

우리 신체의 약 70%가 물이다. 우리는 몸 안의 물을 배설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2∼3L의 물을 마시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물이 없이는 살수 없는 인간이 물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중요한 물 문제를 역사적으로 흥미롭게 접근한 책도 소개하며 물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로마도 대제국을 이루려 했으나 결국은 실패했다. 로마도 실패한 제국통합의 숙제를 중국은 성공시킨 이유를 ‘물’에서 찾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야기에 아이들은 관심을 보였다. 물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중요한 기제였음을 설명해 나갔다.

‘역사 발전의 중요한 국면마다 물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용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으며, 각각의 시대는 그 당시에 직면한 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독특한 형태가 갖추어졌다’는 책의 내용을 전달했다. 따라서 어쩌면 인류 역사는 물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해 온 ‘투쟁의 역사’였음을 이야기하고 그러한 물을 우린 지금 어떻게 다루려 하는지 다시 살펴보자고 했다.

유럽과 미국의 강과 보의 수. 출처 정규재TV

이미 많은 선진국에선 하천에 더욱 많은 보를 만들기 위해 가열 차게 노력 중인데 우리는 ‘원시하천’으로 돌아갈 궁리만 한다는 것이 시대역행적일 수밖에 없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녹조가 늘어나는 이유는 우리의 농촌은 다른 나라보다 비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며 그런 비료사용이 녹조가 활성화되는 부영양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었다. 따라서 녹조를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수체(water bodies)를 키워서 수온을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 될 테지만 이것 역시 물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건만 언제까지 원시적인 방법으로 물과 싸우려고만 들 것인지!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늘 하늘을 의지하며 지내왔었다.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대신 운전을 하고 인공위성이 태양계를 도는 최첨단 과학이 세상을 지배해도 감성과 정서의 벽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본다. 올해에도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려는지 두고 볼 일이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곧 뜨거운 더위와 가뭄이 닥칠 테고, 아이들은 조만간 또 ‘녹조라떼’ 기사를 자주 볼 것 같아 미리 녹조수업으로 1학기를 마무리했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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