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새로 계획짜기 어려워서" 국방부 "2~3년 뒤면 시설공사 불필요할수도"
잠정보류된 대부분 병영생활관 공사…K-9 자주포 등 포병진지 개선작업도
조선일보 "지금 군축 초입 '신뢰구축' 단계인데 마지막 구조적 군비통제부터 해"
최전방-수도권 거리, 韓은 北 3분의1 수준…"5~10km 남하시 파주가 최일선"

군 당국이 비무장지대(DMZ)로부터 5~10여km 내 이남의 90~100여개 군부대 시설 신축 공사 일정을 잠정 보류했다. 이는 4.27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대로 남북 양측의 '단계적 군축'에 대비해 최전방 부대를 뒤로 물리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는커녕 재래식 군사력 위협 감소조차 진전이 없는 가운데 한국 쪽에서만 한미·독자훈련 중단에 이어 무장해제 신호로 비쳐질 수 있는 조치를 이행한다면 유사시 방위 태세가 취약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지난 1일 "DMZ를 기준으로 5~10km 거리에 있는 최전방 부대들이 대상"이라며 "올해 및 내년 예산에 반영된 시설의 신축공사 일정을 잠정 보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앞으로 남북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시점에서 새롭게 계획을 짜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을) 조금 생각해보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최전방 부대 신축 공사를 보류한 이유로 "남북 관계가 급격히 개선됐고, 군축이 진전돼 최전방 부대의 후방 배치가 이뤄지면 군사 시설의 철거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 새로 공사에 들어가면 기간을 고려했을 때 2~3년 뒤에나 사용이 가능한데 그때는 해당 시설 공사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필요한 곳에 예산을 쓰기 위한 것으로 전투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잠정 보류된 공사에는 병영생활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일부 K-9 자주포 등 포병진지 개선 작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해서는 이미 예산이 활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남북간 군축 협상의 첫단계인 '군사적 신뢰 구축'도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인 북한 비핵화 진전에도 의구심이 확산되는 세태를 고려하면 섣부른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2일 "보통 단계적 군축(군비 통제)은 군사적 신뢰 구축→운용적 군비 통제→구조적 군비 통제 순으로 진행된다"며, "지금 남북은 그 첫단추인 군사적 신뢰 구축을 조금씩 만들어 가는 단계"이고 "최전방 부대 후방 배치는 마지막 단계에야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이 최근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거론했다는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운용적 군비 통제에 해당하지만, 실제 이행에 나섰다는 동향이 아직 포착된 바 없다. 

또한 평양이 DMZ에서 180km 떨어져 있는 반면 한국의 수도권은 60여km 거리에 불과하다는 점도 조선일보는 짚었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최전방 부대 후방배치로 방어선이 지금보다 5~10km 남쪽으로 남하하면 유사시 파주가 최일선 방어선이 돼 우리 수도권 방어에 심각한 허점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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