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 쏟아 붓겠다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그만하라는 민원 끊이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 무시하는 도시재생 사업...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민주당 집권세력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해서는 안되는 나쁜 짓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과거에 지정되어 있던 재개발지역들은 소위 직권해제되어 사업들이 다 중단되었다. 낡은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은 이런저런 핑계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가능성이 있는 곳도 허가를 내줄 때도 초과이익부담금이라는 것으로 이익을 뺏어간다. 

그 대신 그들이 추진해온 정책은 ‘도시재생사업’이다. 기존의 건물과 골목길들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부분적으로 수리를 해서 살기 좋게 만들겠다는 사업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50조원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그런데 도시재생사업 그만하고 재개발사업을 하게 해 달라는 민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재명 시장이 재직해온 성남시이다. 다음은 2018년 4월 25일 최주원이라는 분이 재개발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성남시 의회 자유게시판에 올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수진1동 주민들 빠른 재개발을 해 달라는 민원이 몇 달 째 수천 건이 올라가건만 구체적인 답변 한번 주질 않습니다. 오래된 배관으로 인해 2층에서 1층으로 ,1층에서 지층으로 누수가 비일비재 하고 수십년 된 주택이라 새로 짓고 싶어도... 땅 파다가 옆 집 붕괴는 불 보듯 뻔 하기에 그 또한 불가능한 일입니다.... 수진1동, 속칭 20평 분양지 전부가... 전면 철거 재개발 아니고는 어떠한 방법도 불가능 합니다. 도시재생은 어불성설입니다. 성남시는 춥고 배고픈 구시가지 주민들께 왜 이렇게 가혹하십니까? 부동산 호경기로 재개발시 충분한 수익 창출도 가능 합니다. 재개발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정치적인 이유 빼고는 말입니다.... 
우리는 시장이 누구인지는 관심 없는... 필부들입니다. 근데 수 년 전 시장이 바뀌면서 멀쩡히 진행되던 재개발이 올 스톱... 주민들이 간절히 바람에도 시장이 진행을 안 해 준 답니다. 힘없는 우리가 어찌해야 합니까.” 

수진1동의 집들이 너무 낡아서 다시 지어야 하는데 옆집과의 좁은 간격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전면철거재개발이 아니고는 방법이 없다. 주민들이 철거하고 다시 재개발을 하고 싶다는데 왜 시장이 계속 막는가. 이런 내용이다. 이 자유게시판에는 재개발사업 추진을 허락해달라는 청원문이 2400건 넘게 올라와있다. 집을 새로 짓고 골목길을 넓히지 않으면 안되는데 전면철거재개발이 아니면 안된다는 내용들이다. 

성남시 구시가지의 집들은 대개 40년 전에 지어진 것이어서 많이 낡았다. 골목길도 좁아서 대부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 중의 여러 곳이 이재명 시장 재임 기간 중에 여러 곳이 해제되었다. 도지사 당선자가 된 지금 그는 앞으로 경기도가 도시재생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재개발에서 해제된 지역들에는 대부분 도시재생사업이 벌어질 판이다. 하지만 그 사업으로는 골목길을 넓힐 수도 없고, 집을 새로 지을 수도 없다. 기존 집들을 철거해야만 길도 넓히고 집도 새로 지을 수 있다. 그것이 재개발사업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은 주민참여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뜻에 따라, 자신들의 힘으로 동네를 살기 좋게 만들게 하자는 것이 이 사업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재개발인데 도시재생이라며 시가 나라돈을 쓰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필자는 도시재생을 겉멋만 부리는 사업, 정치적 사업이라고 부르고 싶다. 주민들은 관심도 없는데 문화사업을 한다며 벽에다 색칠을 해댄다. 스토리텔링이다 뭐다 해서 동네를 관광지화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부산감천동 문화마을을 꼽는다. 벽에다가 색칠을 하고 인어공주상 같은 것도 만들어 놓았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온다. 지금의 도시재생사업은 전국의 모든 골목길을 그렇게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 인천 송월동의 동화마을, 광주의 발산마을, 대구의 김광석거리가 모두 그렇다. 원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의 취지 아닌가. 그런데 주거환경은 그대로인 채 관광객만 꼬이게 만들고 있다. 그런 곳에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원주민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하겠다나? 이거야 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닌가. 물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사업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도 주민들이 원할 때 해야 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주거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인데 벽화나 그리고 있으니 한심한 정책이다. 

서울 동대문 밖 창신숭인지역은 박원순 시장에 의해 도시재생선도지역 1호로 선정되어 사업을 마쳤다. 이 사업 홈페이지의 질의응답 게시판에 게시물이 3개 있는데 그중의 하나를 소개한다.

“가장불편한 건... 좁디좁은 골목길인데... 페인트칠(벽화)하고... 경로당 몇 개... 주차장 몇 개.. 한다고 얼마나 좋아지겠습니까? ... 소방차... 차들이 원활하게 다닐 수 있는 게 최우선입니다. 그걸 빼고 "페인트", "계단정비", "주차장" 밤낮 칠하고 만들어봐야 진짜 헛 돈 낭비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텃밭... 만들고.. 골목길에 cctv 몇 개 설치하는 걸로 (이런 건 동사무소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 도시재생사업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 그리고  벽화인지 그림인지 좀 칠하지 마세요. 몇 년 지나면 엄청 지저분해집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나두고 벽에다  그림 그리고 화단 만들고 부서진 계단 다시 만든다고 하니 정말 답답합니다.”  

정말 필요한 건 차도 다니고 소방차도 접근할 수 있게 골목길을 넓히는 것인데, 도시재생이라며 쓸데없이 벽에다 페인트칠이나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그야말로 헛돈 쓰는 사업이다. 이런 내용이다. 그야말로 겉멋만 부리고 있는 사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고 해도 주민들의 관심이 없다. 어차피 내돈 쓰는 것 아니니 어디 한번 해봐. 이런 식이다. 이 사업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 약간의 예술가들, 공무원들뿐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도시재생은 주민의 뜻과는 무관한 정치인 운동가들을 위한 사업인 셈이다. 그들이 겉멋을 부리기 위한 사업이라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아무리 도시재생사업이 멋있어 보이더라도 주민들이 원할 때에만 도움을 주시라. 주민들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원하는 데, 대통령과 시장과 도지사가 도시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정치인의 유권자에 대한 배신행위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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