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는 자사고 설립근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9조 폐지해야" 채근도
'자사고 철폐 주장 자격없다' 비판에 최근 "양반제 폐지 양반이 주장해야" 강변
'경쟁부정' 평준화 지향하면서 자녀 외고진학 '선택'해놓고 '세습' 양반제 비유

두 아들을 외국어고에 보내놓고 자립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해 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 권한을 넘겨주면 책임지고 일괄 폐지토록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6.1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민영통신사 뉴스1과의 2기 취임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 권한을 교육감에게 넘겨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입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고교 서열화를 초래한다는 취지로 1기 때부터 폐지론을 내세운 바 있다.

조 교육감은 "1기 때부터 자사고 폐지를 공약했지만 실제 폐지에는 이르지 못해 시민들에게 떳떳할 수 없었다"며 "이번엔 반드시 책임을 지고 실현하겠다. 이 결정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받겠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나온 두 외고 출신 아들들.(사진=온라인커뮤니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나온 두 외고 출신 아들들.(사진=온라인커뮤니티)

그는 "이제는 자사고 선발특권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도입에 한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사고의 제도적 폐지를 위한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면서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입학전형의 지원, 제82조 입학전형 등을 개정해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자사고 등 고입 전형을 운영할 수 있는 재량권의 폭을 넓혀달라"고 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도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만큼 자사고 설립 근거가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9조의 관련 조항 폐지를 제안한다"며 "곧 공식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장·차남이 명덕외고·대일외고를 나온 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추진할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이 이는 점에 대해서는 "서원 출신인 흥선대원군도 서원의 폐단이 심해지자 철폐령을 내렸다"면서 "자사고·외고를 졸업한 자녀를 뒀다고 해서 그 신봉자가 돼야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부정했다. 

조 교육감은 뉴스1 인터뷰 하루 전(지난달 2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자신을 "양반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며 "서민, 천민, 중인들만 양반제 폐지를 주장하면 크게 공감대가 적다"고 조선시대 세습 양반제에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바 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의 경쟁을 부정하는 '평준화 교육철학'이 본인이 두 아들을 모두 서울지역 외고로 진학시킨 뒤에야 형성됐을 거라고 보기 어려우며,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신분 세습과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것은 아귀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 등에서 "공적 문제와 개인의 문제는 다르지만 변명하고 싶지 않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몸을 한껏 낮췄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교육감 재선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평준화 정책 드라이브를 다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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