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쏟아져

계속되는 고용 한파로 내수·투자 부진도 지속하면서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달 14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현대경제연구원 등과 경기정점을 논의하기 위한 중간회의를 했다.

통계청은 각종 지표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저점→고점→저점을 한 주기로 하는 '경기 순환기'에 대한 기준순환일을 설정한다. 언제가 경기 저점이고, 고점인지를 판정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정점을 공식화하면 이후 경기가 후퇴하고 침체한다는 의미다.

계속되는 고용 부진에도 수출이 뒷받침하면서 정부는 아직은 공식적으로 경기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6월까지 7개월째 '회복 흐름이 이어진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고용 한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부진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앞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2분기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국면에서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1년여 동안 하락 중이고, 재고투자와 기존건설투자물량에 의존하는 취약한 생산을 지속하는 데다 고용이 내수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침체할 것으로 보이며, 기업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

성장률을 지지했던 수출도 미·중 무역전쟁 불안 등으로 당장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당장 올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대외요인에 취약한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이 512억3천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5월 반등한 수출이 6월에 다시 주춤하면서 수출이 하락세에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6월 수출이 512억3천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0.09% 감소했다. 올해 수출 증가율을 월별로 보면 감소하는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1월 22.3%, 2월 3.3%, 3월 6.0%, 4월 -1.5%, 5월 13.2%, 6월 -0.09%다. 

산업부는 6월 수출이 감소한 이유로 조업일이 1.5일 줄었고 작년에 대규모 선박 수출(73억7천만달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불안한 요인이 곳곳에 눈에 띈다. 수출 증가가 우리 기업의 자체 경쟁력보다는 세계 경기 회복, 반도체 경기 호황, 국제유가 상승 등에 기인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까진 저성장 국면에서는 경기 변동 속도가 완만하다 보니 판단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중간회의에서도 참석자들 사이에 경기에 대한 판단이 서로 갈렸고 일부는 "정·저점을 중간에 몇 번 더 찍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순환기에 대한 판단을 미뤄온 정부가 최근 경기정점 논의에 착수하면서 경기둔화 국면이 공식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경기정점이 확정되면 정부가 지금의 경기가 '정점'에서 '저점'으로 하락하는 수축 국면에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하는 셈이 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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