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의 ‘평화 최우선’

문재인 정부의 ‘평화’에 대한 애착은 상당하다. 통일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 - 분명히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공식 명칭으로고 표기하지 않고 문재인이라는 개인명을 사용하고 있다 – 의 첫 번째 원칙은 “‘평화’ 최우선 추구”이다(http://www.unikorea.go.kr/unikorea/policy/koreapolicy/policyinfo/goal/).

그러면서 “평화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최우선의 가치이자 정의이며, 경제적 번영을 위한 토대”라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구호(slogan)도 아닌데 정부가 국민 안전 확보에 대한 언급도 없이 평화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정책은 ‘평화 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고, ‘평화에 대한 집착’으로 보이게 한다.  ‘평화’를 마다할 사람은 없지만 군사력에 의해 담보되지 않는 ‘평화 지상주의’는 어찌 보면 비현실적이고 애처롭다. 과거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우리 정부의 대결정책에 기인한다는 판단 때문에 ‘평화 최우선’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 통일정책에서 ‘평화’는 높이 강조되지만 ‘자유’는 어디에도 없다. 문재인 정부 통일정책의 ‘3대 목표’, ‘4대 전략’, ‘5대 원칙’ 어디를 보아도 자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자유’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통일정책의 ‘3대 목표’가 “1. 북핵문제 해결 및 항구적 평화정착,” “2.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3.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이니 ‘자유’는 통일정책의 목표도 아니다. 자유는 통일을 위한 전략도 원칙도 되지 못한다. ‘자유 없는 평화’, 즉 ‘노예상태의 평화’도 괜찮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평화’가 ‘자유’보다 우선하는 가치인지, ‘자유 없는 평화’도 정의로운 것인지 의문이다. ‘굴종 속의 평화‘나 ’자유 없는 감옥에서의 평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와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

문재인 정부 통일정책의 ‘3대 목표’ 가운데 세 번째 목표는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이다. 분명 ‘한반도 신경제공동체(를) 추진’하는 목적은 북한을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잘 살게 하겠다는 것일 터인데 시장경제 또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즉 북한이 잘 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활동의 자유 보장이라는 시장경제의 부재 때문인데 지금 언론과 방송은 북한 통제경제의 철폐를 통한 경제적 자유의 확보 과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거 언론은 그래도 북한의 개방의 필요성이라도 언급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이 북한 경제개방이라는 담론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때문에 대한민국이 자금을 대거 투입하여 북한의 인프라를 개선시켜 주면 북한의 경제가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으로 가정하는 사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경제성장을 포함하여 과거 산업혁명의 역사는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으로 교환의 자유, 교역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의 경제활동의 자유의 보장이 ‘남북한 신경제공동체 추진’의 핵심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인프라를 건설해주면 남북 교류·협력이 성공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북한 인프라를 개선시켜 주더라도 자유로운 교역을 허용하는 개방경제 체제를 북한이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남북 교류·협력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일방적 지원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자유 확보 없는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은 허상일 뿐이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는 언론의 남북철도 연결 보도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언론과 방송의 보도와 평론은 허상만 보고 문제점은 지적하지 못하여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남북 종단 철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다. 대부분의 언론과 방송은 곧 남북철도가 연결되어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로 갈아탈 수 있을 것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2000년 북·러 정상회담 직후에도 남·북·러의 철도 연결이 논의되었지만 성사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설명은 이러하다. “‘떠먹여 줘도 못 먹는’ 북한 체제의 한계 때문에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러시아는 건설의지가 확실했고 한국은 언제라도 지원할 의사가 있었다... 문제는 북한의 동해안 방어부대 대부분이 철도를 따라 배치돼 있다는 점이었다. 한반도 종단철도가 건설되어 철도 현대화가 진행되면 대대적인 부대 이전이 불가피했다... 부대 이전만 해결해 주면 되는 문제였지만 북한은 그렇게 할 만한 경제력이 없었다... 물론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한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동해안에 무수히 산재한 부대 이전 비용까지 부담하면 된다.”(140~142쪽). 

7일간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이라는 ‘막연한 동경’을 부추기다 보니 남과 북의 철도 연결은 당장이라도 가능한 현실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또 종편에 출연한 할 일 없는(?) 변호사들은 경제전문가도 아니면서도 또 물류사업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도 남·북·러의 철도 연결로 유럽으로 가는 물류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떠들고 있다. 더 나아가 ‘서울역발 파리행 특급열차’와 같은 낭만을 강조해서 이야기 한다. 그러나 한나절 또는 12시간이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나 프랑스 파리에 도착할 수 있는 항공여행 시대에 굳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철도 특급편을 이용해 1주일 이상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행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따져보지는 않는다. 결국 서울역에서 파리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2주 이상을 답답한 기차에서 보내야 하는 지루한 낭만(?)여행을 목적으로 수조에서 수십조를 들여 북한 철도를 고속철도급으로 바꾸어 주어야 하는지의 경제성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유럽으로의 물동량을 빠르게 실어 나르는 경제적 필요가 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언론은 정확히 따져서 분석하고 있지 않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선박으로 4주인데 경제적으로 비용도 더 많이 들고 단축 기간도 10일 정도에 불과하며 대신 나라를 거쳐 갈 때마다 새로운 통관이 필요하고 또 열차를 바꿀 때마다 도난의 위험까지 있는데 그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며 수출품을 철도로 실어 나를 기업이 그렇게나 많을지 언론은 철저히 검증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나 스마트폰은 제품 안전성 때문에 항공으로 보내야 하고 또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의 경우는 정확한 납품 기일의 필요 때문에 도난이나 분실의 위험성과 세관 문제가 결려 있는 상황에서 철도 수송이 그다지 경제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음은 지적하지 않고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베껴 보도하고 있는 방송과 언론은 진짜 문제가 크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낭만으로 국민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 철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의 철로를 모두 뜯어내고 새로이 다시 깔고 또 현대화된 신호시스템도 설치해주어야 한다. 안정된 신호시스템을 운용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지어주던가 남한에서 전기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어쩌면 태영호 공사가 지적한 것처럼 “동해안에 무수히 산재한 부대 이전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갈 길이 너무도 먼 남북한 철도 연결이다. 남북 관계만 잘되면 마치 마법처럼 모든 문제가 뚝딱 해결되고 내일 당장 서울역에서 철도를 타고 파리까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식의 정치인들과 언론의 무책임하고 “공허한 담론”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고 국민 안전은 약속으로 보장되지 않아

지난 6월 28일 남북은 ‘도로협력분과회담’을 열고 동해선의 고성~원산 구간과 경의선의 개성~평양 구간을 현대화하기로 합의했다. ‘현대화’라는 말은 도로의 개보수를 의미한다. 도로 개보수이므로 철도보다 경제성을 고려한 것이지만 드디어 ‘막 퍼주기’ 합의의 서막을 알리는 듯하다. 아직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린 것도, 예산이 배정된 것도, 도로 개보수 공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북한이 비핵화 일정을 언급하기만 하면 바로 시작하겠다는 국내외용 발표로 보인다. 북한 핵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돈으로 매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발표의 핵심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이렇게 한반도 긴장완화를 돈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0년 이명박 행정부 당시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남북관계 경색의 이유를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이 너무 줄어서 북한이 불만“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 즉, 개성공단 사업을 통한 대북송금이 평화를 보장해왔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개성공단 임금 지급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기보다 더 많은 달러가 북한에 송금되었다. 더 많은 달러 송금이 있었지만 남북한 사이의 평화는 보장 받지 못했다. 

지금의 소위 친북·진보주의자들은 대북 송금이 가장 많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관계가 가장 좋았다고 주장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대북 송금액’은 김영삼 정부 9억 3619만 달러, 김대중 정부 17억 455만 달러, 노무현 정부 22억 938만 달러, 이명박 정부 16억 7942만 달러, 박근혜 정부 2억 5494만 달러로 집계된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1/2017042101961.html)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도 1·2차 연평해전은 발생했고, 2006년 노무현 정부시기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과 같은 남북협력으로도 대북 송금이라는 ‘북한 돈주기’로도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을 막지는 못했다. 도리어 북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에 대북송금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제 정부는 과거의 대북송금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그 무엇으로도 북한의 핵개발, 핵실험, 미사일 시험을 멈추지 못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일정을 언급하기만 해도 비핵화 돌입으로 보고 대북지원을 늘리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고 하고 있지만 돈으로 평화를 매입하려했던 과거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면 세월호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많은 소위 진보교육감들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학생들을 북한으로 수학여행 보내겠다고 한 공약이 실현될까 두려워지는 것이다. 수학여행 학생들의 안전을 그토록 외치던 소위 진보교육감들은 ‘고(故) 박왕자씨의 비극’을 기억에서 지우고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꼭 10년 전인 2008년 7월 11일 고 박왕자씨는 금강산 관광을 가서 답답한 호텔을 나와 바닷가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북한군의 조준 사격으로 피격됐다. 그리고 북한은 사과는커녕 발뺌에 집중했고 재발 방지 약속도 제대로 하지 않고 책임을 관광객의 부주의로 돌렸다. 규정을 잘 모른 50대 아주머니가 이른 아침 호텔을 나와 바닷가 산책을 나간 것이 뭐 그리 큰 잘못이었는지? 금강산 관광에는 원래 산책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북한은 경고를 무시하고 도망을 쳤기에 사격을 한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2발 이외의 경고 사격 총소리는 없었다고 당시 관광객들은 증언했다. 

북한 내부 관광이 아니라 혈기왕성한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기 마련인 어린 중고등 학생들을 박왕자씨를 사격한 금강산에 다시 보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북한 주민은 만날 수도 없고 현대아산의 진행요원과 조선족 출신 판매원만 가득한 금강산 관광이 북한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키울 수 있을 것인지는 생각지 않고 ‘북한에 가는 일’이라면 ‘북한과 교류한다’면 무슨 희생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소위 진보교육감들의 공약은 학생 안전마저도 망각한 이성을 잃은 약속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대북송금을 교훈삼아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중고등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들 역시 북한 땅에서의 국민 안전은 구두 약속이든 어떠한 약속으로도 보장되지 않음을 기억하고 북한 수학여행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現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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