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신임 회장 "인간존중-正道경영 계승하면서 성장기반 구축"
구인회-구자경-구본무 이어 구광모까지 LG그룹 4세대 경영 시작
"전문경영인 체제 존중"…구 회장, 위기 스마트폰·LCD 개선 나설 듯

LG그룹은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을 시작으로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회장에 이어 구광모 신임 회장까지 이어지며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4세대 총수'를 탄생시켰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 재계 서열 4위인 LG그룹이 국내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4세대 총수' 시대를 열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29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故) 구본무 회장의 아들(양자)인 구광모 LG전자 상무(40)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 데 이어 이사회에서는 (주)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구광모 신임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주주대표로서 (주)LG의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하게 됐고 동시에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구인회 창업주를 시작으로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회장에 이어 LG그룹의 '4세대 총수'가 탄생했다.

구 회장은 원래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2004년 입적(入籍)했다. 

서울 경복초교,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 LG전자 미국법인을 거쳐 2006년부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주)LG는 구 회장과 현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하현회 부회장과 함께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구 회장은 하 부회장을 비롯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보좌를 받으며 경험을 쌓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돌아가는 LG그룹에서 구 회장의 선임으로 당장 크게 변화될 것은 없어 보인다. 구 회장 본인도 전문 경영인에게 최대한 많은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 회장 체제에서도 지금까지 진행돼온 것처럼 (주)LG가 계열사에 대한 간섭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G그룹도 구 회장 선임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선대 회장 때부터 구축한 선진화된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이어가면서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신사업 개척 등에 시간을 쓸 전망이다. LG전자와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전장(電裝)이나 바이오 사업 등을 직접 챙기며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과의 인수·합병(M&A)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LG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부진에 빠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과 LG디스플레이의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등의 개선 방안을 직접 고민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만이 할 수 있는 경영 판단이 구 회장의 몫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이날 이사회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正道)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킬 것"이라며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LG그룹을 이끌게 되면서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계열 분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광모 신임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은 이날부터 LG그룹 경영일선에서 전면 물러나며, 연말 임원인사에서 공식 퇴임한다. 구본준 부회장은 LG 지분 7.72%를 가진 2대 주주다.

한편, (주)LG는 이날 임시 주총에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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