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공동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공동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역사상 첫 미국 정상회담이 끝난 지 2주가 넘었지만 정작 회담 개최의 목적이었던 북한 비핵화는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갈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보장 ▲미북관계 정상화 ▲6.25전사자 유해 송환 4개항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날 돈이 많이 들고 도발적이란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선언했다. 심지어 그는 앞으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며 주한미군 철수도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재빠르게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한미 국방부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EMP·케이맵)을 무기한 유예했다. 한국군은 단독 지휘소훈련(CPX)인 '태극연습'도 자발적으로 연기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 유해 송환 약속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비핵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북회담 결과를 칭찬하기에 바빴던 트럼프 대통령도 22일 슬며시 북한에 대한 제재를 1년 더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 경제에 계속해서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참모들 사이에서도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놓고 엇갈린 의견이 제기돼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북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회담 직후인 13일 “2020년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북한 비핵화의 완성을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5일(현지시간) 그는 CNN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구체적인 시간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아시아 순방에 앞서 기자들에게 ‘북한에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들과 시간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7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 비핵화에 관한 외교적 시도가 실패하면 평화적인 선택 방안이 소진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북한의 빠른 비핵화 시행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는 미국이 제시한 2년 내 비핵화라는 ‘빠른 시간표’에 북한이 계속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상회담 후 2주가 지나도록 후속 협상 일정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싱가포르에서 많은 것을 달성하지 못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의회의 재빠른 대응이다. 미국 상원은 26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협상 진행 상황을 의회에 30일마다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법안은 또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불가 대상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라고 명시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주한미군 규모를 최소 2만2,000명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주한미군 철수 시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도 지난 6일 주한미군을 상당수 감축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협상 가능한 항목이 아니라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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