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48시간' 완전 공백인 셈…임종석 靑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서 결정
"월드컵 계기 대통령메시지도 없다" 李총리가 독일戰 승리 격려사, 오전 靑행사 주관 대신해
靑, '위기관리 관련 보고 여부'엔 "그건 예외, 통상적인 보고 안한다는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을 때 모습.(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을 때 모습.(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한 뒤 이번 주중(週中) 일정을 모두 비우고 28~29일 연차휴가에 들어간 가운데, 청와대가 '휴식기 동안 대통령에게 그 어떤 보고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 갈수록 미스터리가 확산되고 있다. 아무리 휴가기간 중이라도 국가 원수(元首)가 국정에 관한 어떤 보고도 받지 않는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현재 '몸살 감기'를 앓고 있는 것으로 일단 알려져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오전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28~29일 문 대통령이 쉬는 동안 참모진은 정식보고서나 일체의 메모 형태 등, 어떤 보고도 하지 않기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48시간'이 완전 공백이라는 점을 청와대가 나서서 강조한 격이다. 김 대변인은 "어제 저녁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관저에 들어가서 문 대통령을 뵀는데 기력을 회복해가는 중이라고 한다"며 이런 방침을 알렸다. 이어 "문 대통령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 관저에만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가대표단이 독일을 2대 0으로 대파한 것에 관해서도 "대통령 메시지는 나가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이) 아픈데 메시지를 내는 것이 맞지 않은 것 같고, 메시지를 안 내도 국민들이 충분히 기뻐하는 것 같아서 메시지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위기관리와 직결된 문제가 생기면 보고가 이뤄지는가' 물음에는 "그런 것은 예외적이며 통상적인 보고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여지를 남겼으며,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기밀이 아닌가' 질문에는 "공개일정이 잡힌 상태에서 취소가 될 경우 아무리 기밀이라 하더라도 침묵하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임을 양해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6.25 전쟁 제68주년인 25일과 26일 모두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은 바 있다. 정부가 주관하는 6.25 기념 중앙행사에 불참한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당일 기념사도 내지 않았다.

26일에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6.25 유엔 전몰장병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서울 지역의 '기상 악화'를 이유로 불참했다. 추모식 기념사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것 외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6.25 기념 행보는 없었다. 27일에는 당일 오전 공지했던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 당정청 주도의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 주재 등 굵직한 오후 일정을 1~2시간여 앞두고 취소했다. 

일정 취소 사유가 불분명한 탓에 북한 접촉설, 와병설 등이 돌자 '몸살 감기' 때문이라고 김 대변인이 늦은 오후 청와대 기자단에 사후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주치의의 권고로 주말까지 이번주 일정을 모두 비우기로 했고, 올해 들어 세번째 연차 휴가를 사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25~29일 닷새 동안 대통령의 공개행보가 없는 셈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 공개일정' 일부 캡처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 공개일정' 일부 캡처

한편 이날 독일전 승리에 대해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신해서 페이스북을 통해 "선수들 수고하셨다"고 격려했다.

이낙연 총리는 "4.27 남북정상회담, 5.26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미북)정상회담 그때마다 현실이 상상을 앞섰다"고 전제한 뒤 "또 현실이 상상을 앞섰다"고 대북정책과 결부시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의 빠른 쾌차를 빈다"고 적었다. 자신의 건의를 주된 이유로 연기됐다고 알려진 규제혁신점검회의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관계부처들은 (현장에서 규제혁신 관련) 결과를 더 많이 내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일자리 으뜸기업 시상식'에도 문 대통령 대신 참석했다. 오후 방한하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 장관을 문 대통령이 접견키로 했던 것은 취소됐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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