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대북 협상가들은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가 없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된 결과라고 진단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7일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위협적인 무기 실험을 멈춘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한국을 방문해 “김정은이 비핵화 완료 시점에 대한 시급성을 알고 있다”며 “이 기한을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0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주도 안 돼 “현 시점에선 구체적인 ‘로드맵’을 기대하기 이르다”며 ‘비핵화 시간표’를 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인지 깨달을 것”이라며 “(비핵화는) 싱가포르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시작됐으며 폼페이오는 이것이 쉽지 않음을 현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비핵화 시점을 2020년으로 정한 것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를 현실적인 길로 나아가는 긍정적인 발걸음으로 여긴다”고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북대서양조약기고 전 사무차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후퇴’로 규정했다.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그는 VOA에 “이는 미국이 제시한 2년 내 비핵화라는 ‘빠른 시간표’에 북한이 계속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상회담 후 2주가 지나도록 후속 협상 일정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싱가포르에서 많은 것을 달성하지 못한 신호”라고 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VOA에 “북한이 핵무기를 실험하지 않고 ICBM을 실험하지 않는 대신 미국과 한국이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받아들일만하다”며 “또한 북핵 위기가 끝나고 전쟁을 걱정하지 않는 안정기로서 받아들일만한 안정기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회담 전 이미 약속했던 핵 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 시설 폐기 외에 어떤 중요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지만 미국은 동맹국과 상의 없이 한미 훈련 유예라는 특이한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은 북한과 후속 협상을 앞두고 미 정부 부처로부터 엇갈린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대북 협상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며 그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다”며 “행정부는 비록 뜻이 같지 않아도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4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아시아 수방 직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특정 시간표와 요구사항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해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가 없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차이를 보였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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