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영결식 진행…화장後 충남 부여 가족묘원 故박영옥 여사 곁 영면
이한동 前총리 "민주주의는 빵을 먹고 자란다는 JP 말씀 생생하다"
'오랜 친구' 나카소네 야스히로 前 일본총리 "日-韓수교 JP 빼놓고 말할 수 없다"

'3김 시대'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영결식이 27일 엄수됐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하게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김종필 전 총리 영결식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오전 7시 JP의 위패와 영정, 훈장, 태극기로 감싼 관이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들어오며 영결식이 시작됐다. JP의 딸 예리씨 등 가족들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두환·노태우·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대신이 보낸 근조화환이 국무총리를 두번 지낸 그의 영정 옆을 지켰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사진=현장 공동취재단)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사진=현장 공동취재단)

모든 참석자들의 추모의 묵념으로 영결식이 시작됐다. 김진봉 운정재단 이사장이 JP의 약력을 낭독했다. 

김진봉 이사장은 "김 전 총리는 1961년 군사혁명 주도 이후 40여년 간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정치의 중대한 지도자였다"고 운을 뗀 뒤 "5·16 박정희 대통령을 지도자로 모시고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민족 일대 도약을 예고했다", "조국근대화를 위해 꽃보다는 밑거름이 되겠다며 강력한 정책을 추진했다", "일본 청구권 협정에서 대담한 자세로 임해 정치적 타결을 이끌어내서 물꼬를 텄다"고 읽어내려갔다.

장례위원장인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관과 영정, 훈장 앞에 목례한 뒤 "우리나라와 민족의 큰 별이 떨어졌다"며 조사를 시작했다.

이한동 전 총리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빵을 먹고 자란다는 총리님의 말씀이 생생하다"며 "총재님(JP)은 누가 뭐라 해도 배고프지 않고 자유와 민주를 만끽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정치인"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또한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온몸으로 써내려 온 시대의 선각자이며 위대한 지도자"라면서 "(김 전 총리는) 이 나라 산업화 토대를 구축하는 데 모든 것을 바쳤고, 민주화의 싹을 틔우고 성장하게 했다"고 말했다.

JP의 오랜 친구로 올해 100세가 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대신도 아들인 나카소네 히로부미 참의원을 보내 조사를 읽게 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전후 혼란 속에서 조국이 부흥하고 경제발전이 이룰 수 있도록 때론 고심의 결단도 있었을 중책을 맡으시며 한시도 마음 편한 날 없이 나아가신 그 인생을 생각하면 실로 대한민국과 행보를 같이하는 생애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JP의 생애를 호평했다.

또한 "일본과 한국의 수교는 선생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며 "매우 어려운 협상에서 깊은 통찰력으로 미래 내다보는 애국적 판단으로 합의에 이르게 하셨다"며 "정계 진출하신 뒤 초대 한일국회의원연맹 대표 역임하시고, 국무총리로서 1998년 한일공동선언을 추진하는 등 관계 강화를 위해 시종일관 힘쓰셨다"면서 "위대한 공적은 양국 국민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성서공회회장인 손인웅 목사와 승가대 총장이 성문 스님이 조사를 낭독했다. 

박형규 전 의원은 만사를 통해 "큰별이 갑자기 떨어지니 모든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온 천하는 애석해하고 한탄하며 애도로 가득찼다"며 "들어오면 재상이요 나가면 장군으로 경륜이 뛰어나시어 무수한 어려움이 공의 귀한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사온대 이제부터 우리는 누구의 영도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뒤이어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조가로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27일 오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에서 유해가 장지로 출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에서 유해가 장지로 출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에서 유해가 장지로 출발하고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에서 유해가 장지로 출발하고있다.(사진=연합뉴스)

JP의 손자와 외손자가 그의 위패와 영정·훈장을, 측근들이 관을 들고 무거운 걸음으로 운구차로 향했다. 보이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지낸 JP의 영정이 지나가는 길에선 스카우트 대원들의 장문례가 펼쳐졌다.

운구차의 문이 닫히자 5일장 내내 상주 역할을 했던 정진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4선)이 차에 두손을 대고 눈을 감은 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오전 8시11분 운구차는 장례식장을 떠났다. 오전 8시50분쯤 고인이 지냈던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유가족과 시민 등 100여명이 운구차를 에워싼 가운데 10여분간 노제를 지냈다.

노제를 지낸 뒤 운구차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해 장지로 향할 예정이다. JP의 모교인 충남 공주고와 부여초 교정, 충남 부여시내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부여 회산면의 가족묘원으로 이동한다. 

JP는 2015년 영면한 배우자 박영옥 여사의 곁에 묻힐 예정이다. 이날 영결식에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 정우택·안장수·성일종 의원과 변웅전·이인제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과 배우 최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JP는 앞서 지난 23일 오전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향년 92세로 타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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