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클라인(Ray Cline)의 '국력 방정식'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엔 '전략'과 '의지'가 가장 중요
정권의 지속가능성은 '정권의 태도'와 '정책 행태' 그리고 '경제관리 능력'에 의해 결정
'국가에 대한 정책요구' 증가할수록 이를 '충족시킬 능력과 수단' 제한되면 민심은 급속히 이탈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국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국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는 국제정치학자들의 큰 관심사이다. 모든 나라들은 국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강대국으로의 꿈을 키우고 있다. 국력을 측정하려면 국력의 본질과 국력의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국력 방정식은 1980년 레이 클라인(Ray Cline)에 의해 그 아이디어가 착안되었으며 1994년에 간행된 「1990년대 세계 각국의 국력: 전략적 평가」(The Power of Nations in 1990s: A Strategic Assessment)에서 정교화 되었다. 국력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P= (C+E+M)×(S+W)'가 국력방정식이다. P는 Power를 뜻하는 국력이다. C는 Critical mass로 인구와 국토면적을 의미한다. E는 경제력, M은 군사력이다. 그리고 S+W는 질적인 변수로써 전략(Strategy)과 국민의 의지(Will)를 나타낸다.

클라인 교수는 C, E를 각각 200점으로 M은 100점으로 계산했는데,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 상대적 수치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중국, 브라질, 러시아, 호주, 캐나다 등 땅이 넒은 국가는 100점을, 인구가 1억명을 넘으면 100점을 준다. 중국,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이 인구와 영토에서 각각 100점씩, 즉 C에서 200점을 받은 나라들이다. 경제력은 미국을 200으로 놓고 다른 나라들은 상대적인 수치를 부여했다. 군사력의 경우, 미국과 러시아를 100점으로 놓았다. 미국은 넒은 국토와 인구 그리고 경제력 (C+E+M)에서 500점 만점을 받았고, 경제가 파탄난 러시아는 410점(인구 100, 영토 100, 군사력 100, 경제력 110점), 일본은 310점(영토 30점, 인구 100점, 군사력 50점, 경제력 130점)을 받았다.

국력방정식의 묘미는 질적 변수인 (S+W)에 있다. 아무리 (C+E+M)이 크다 하더라도 (S+W)가 영(零)이면 국력은 영(零)이다. 국력의 원천 내지 물리적 국력이 부차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월남전에서 월맹에 패한 것은 월맹에 대한 ‘전략(S)과 국민의 의지(W)’가 극히 작은 값을 가졌기 때문이다. 월맹에 대한 미국의 국력은 보잘 것 없었다. 

클라인 교수는 이스라엘과 대만의 (S+W) 값으로  각각 1.4점. 1.5점을 부여했다. 이들 나라는 물리적 국력의 1.4배~1.5배의 국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S+W) 값은 어떠한가. 1980년과 1994년에 평가한 한국의 (S+W)는 각각 1.4, 1.2이다. 클라인 교수에 의하면, 한국의 국력은 (S+W)의 감소로 오히려 감소했을 개연성이 높다. 클라인 교수는 2018년 한국의 (S+W)의 값을 얼마로 평가할까. 

한국은 기본적으로 분단국가이며 적성국가인 중국과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국제정치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력'이다. 한국의 경우 물리적 국력을 실제 국력으로 변화시키는 (S+W)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무드에 젖어있다. 핵폐기는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다. 그리고 핵폐기를 정치적 약속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정책의 감상과 오만을 극구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W)는 크게 추락할 수 있다. 클라인 교수는 앙골라와 뱅글라대시의 (S+W) 값을 0.4로 평가했다. 2018년 현재 한국의 (S+W) 값은 그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 ‘국가전략과 국민의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평양냉면 먹고 인증샷한다고 통일되는 것이 아니다. 통일비용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해 봤는지 짚어봐야 한다.

정권지속가능 계산식,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국력방정식을 설정할 수 있다면 정치권력(정권) 지속가능성의 개념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정권은 배에 비유된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경제를 순항시키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며 중장기적 시각에서 국가발전에 대한 실효적 비전을 세우고 이를 국민과 공유할 수 있다면' 정치권력은 견고하고 지속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권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권의 지속가능성은 '정권의 태도와 정책 행태 그리고 경제관리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민주사회에서 정권은 선거를 통해 국가경영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 정권이 국가 위에 위치할 수 없으며 정권이 국민일 수 없다. 따라서 정치권력의 오만(傲慢)은 금물이다. 문 정부는 집권을 '국가접수'로 여긴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정권이 곧 국가인 나라'가 돼버렸다. 지나친 '코드' 인사가 그 증거다.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좌파 성향 인사들로 각종 위원회가 채워지고 있다. 한 언론보도(한국경제신문, 6월5일자 A1, 5면)에 따르면, 정부 산하 16개 위원회 외부 위원 172명 중 62%에 달하는 106명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좌파 성향 단체 출신이다.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편협한 '인재 풀'에 매이면 집단오류를 범할 수 있다. 쏠림현상은 당연한 귀결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행태는 독선적이고 정직하지도 않다. 국가 정책은 컨설팅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전략과 달리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도 그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맹신(盲信)했다.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소득주도성장을 과신했기 때문이다. 16.4%의 최저임금인상은 영세한 자영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을 마련한 것이 그 방증이다.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한계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이들이 속한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해 소득분배가 악화된다. 상식적인 내용이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가 이를 확인해 주고 있다. 하위 20% 가구 소득이 1년 전보다 8% 줄어든 반면, 상위 20% 가구 소득은 9.3% 늘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엄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문정부는 통계를 오독(誤讀)해 가면서까지 자신의 정책실패를 가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 긍정적인 효과가 90%이다"라는 주장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그 같은 주장의 논거는 '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근로자 가구에는 무직 또는 자영업자 그리고 실업자가 빠진다. 최저인금 인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제외시킨 정책효과 분석은 일종의 정권의 '도덕적 해이'다. 심하게 말하면 '정책사기'다. 

문재인 정부는 '선거승리 지상주의'에 함몰되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6.13 지방선거 이틀 후인 15일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월성 1호기는 원래 2012년까지이던 수명을 2022년까지 10년 연장하기 위해 7000억원을 들여 보수해 새 원전이나 다름없게 만든 원전이다. 이번 이사회 의결로 2020년 조기 폐쇄된다. 원자력 전기는 2015년 기준 ㎾h당 연료비가 5.58원으로 LNG 전기 연료비(106.75원)의 19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경제적 자살(自殺) 행위다. 지방선거 압승을 틈타, 국민의 자산인 월성원자력 발전소를 조기 폐쇄한 것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원전을 조기 폐쇄하라고 지방선거를 치른 것이 아니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은 국가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부속사업일 수 없다. 참으로 후진적인 정책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집을 수도

정권의 지속가능성은 '정권에 대한 민심'과 연계되어 있다. 민심이 정권을 떠나면 정권의 지속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국민의 국가에 대한 정책요구가 증가하지만 이를 충족시킬 능력과 수단이 제한되면' 민심은 급속히 이탈한다. 이를 개념화하면 1)식의 관계를 얻을 수 있다.

   1) 정권지속가능지수 = 정치민심의 역함수 = [국민의 정책요구/정책요구충족 능력]

정권에 대해 민심이 이탈하면 정권지속가능성은 낮아진다(역함수). 국민의 정책요구에 비해 이를 총족시킬 물리적, 그리고 소프트웨어적 수단이 제약되면 정권지속가능지수는 낮아진다. 1)식의 분자와 분모를 결정하는 요인은 구체적으로 2)식과 같다.

   2) 정책요구(수요) = [(큰 정부론에 따른) 국민의 기대수준 + (국가개입주의에 따른) 국가에의 의존도]

   3) 정책요구총족능력 = 경제관리능력의 역함수 = [친노(親勞)에 따른 반(反)성장정책 + 선거압승에 따른 정책독선(일부계층 희생불가피론)]

1), 2), 3)식을 종합하면, 정권지속가능지수는 4)식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4) 정권지속가능지수 = [(국민의 기대수준+ 국가에의 의존도)*정책독선]/(경제운영능력)

   5) 고통지수(misery index) = 경제관리능력의 역함수= 실업률+물가상승률-소득증가율

4)식은 '큰정부와 포퓰리즘에 따라 국민의 기대수준이 높아질수록, 국가개입주의에 따라 국가 의존도가 타성화될수록, 지방선거 압승에 따라 정책독선(dogma)이 커질수록 그리고 이 같은 국민의 포괄적 정책요구를 충족시킬 역량과 수단이 제한될수록' 정권지속가능지수는 급격히 고갈된다. 정권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여타 변수로 '고통지수'(misery indec)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고통지수는 경제관리능력의 역함수로, '실업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하고 소득증가율을 차감해' 얻어진다. 고통지수는 시계열적으로 횡단면적으로 국가 내(內) 그리고 국가 간(間)에서 계산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자승자박의 우(愚)를 쌓아가고 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이것이 민주정치의 역동성이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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