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대출금리 부당 산정에 "금리산정 공개, 은행권 감시·감독 강화하라"는 주장나와
이병태 교수 "해결방식은 경쟁을 도입하는 것", "혁신 막아 놓고 공권력으로 금융기관의 도덕성을 감사하겠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해결책도 아냐"

금융감독원이 금리산정에 대한 '원가공개' 압박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은행권들이 금리인상 조짐을 보이자 금감원이 대출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월 9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면서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책정한 사례 수천 건을 적발했으며, 대출 금리가 제대로 산정됐는지 은행권에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를 하도록 요청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14일 Fed가 연방기금 금리를 1.75~2.00%로 인상한 것에 이어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장금리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가 난 직후 금감원은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선 엄정 대처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을 크게 늘린 상호금융조합 경영진을 직접 면담하는 등 대출 규모를 억제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 금감원은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에 대한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산정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지만 은행권들은 이를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나선 만큼, 금감원의 자체 조사 결과를 부풀려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금리인상 억제를 위해 일부 영업점 직원들의 실수를 시중 은행권들의 광범위한 '조작'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서 지난 22일 "광범위하게 은행 차원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고 개별 창구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자체적인 검사 결과가 발표되자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권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금융권들의 금리산정에 대한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으며 금리 산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과의 대담을 통해 이번 은행권들의 대출 금리 산정 오류 문제로 정부의 개입이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김현정 앵커는 은행권들의 금리산정에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좀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조금 더 오픈된 투명하게 하는 방법으로의 개선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이번 금감원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금리산정에 대한 공개의 필요성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여신원장이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모든 자료가 포함된 그런 자료"라며 "여신원장은 소비자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고 또한 금융상의 어떤 비밀로 여기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전혀 알 수도 없고 접근하기가 어려워 이번과 같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금리 산정에 대한 투명성, 그다음에 금리 산정의 어떤 합리성이 필요하다"며 "그러한 합리적 근거에 의해서 금리가 산정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이 지속적으로 정기적으로 늘 감시, 감독, 모니터링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은행권들의 금리산정에 대한 '원가'를 공개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한국 금융산업의 고질병으로 지적되고 있는 '관치금융'을 결과적으로 더욱 공고히 하자는 논리가 확산되자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쟁과 혁신을 강조했다.

이병태 교수는 "해결방식은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라며 "고객이 은행을 찾아 다니지 않고 이자율을 비교하면서 융자를 받을 수 있다면 은행의 이런 행태는 설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직업이 있는 고객을 직업없음으로 적는 식으로 가산금리를 더 받았다는 것은 정보비대치성을 악용한 사례의 전형에 속한다. 그런데 이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정보공개가 아니다"라며 "Eloan과 같은 융자시장의 혁신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loan은 역경매 시장의 개념으로 미국 융자시장의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융자를 받고 싶은 사람이 은행으로 찾아갔다면 Eloan은 융자가 필요한 사람에게 은행이 찾아가는 개념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Eloan을 통해 원하는 대출금액을 적고 자신의 신용정보 공개에 동의하면 은행들 간의 경쟁이 생기고 결국 가장 좋은 조건의 융자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병태 교수는 "지금 진행되는 핀테크 혁명에서도 가장 뜨거운 영역이 융자시장이다. 그런 시장에 대한 혁신을 꽉 막아 놓고 금감원의 권위와 공권력으로 금융기관의 도덕성을 감사하겠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해결책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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