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코드' 맞추기 위해 기업 본질까지 왜곡하나 논란

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뉴스 제공)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이 "기업이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주요 기업 총수가 좌파 정권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기업의 본질까지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SK 사내(社內)방송인 '직원과의 대화'에 출연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 "더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면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일부 훼손돼도 좋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 가량 이어진 사내방송에서 최 회장은 "앞으로 변화를 위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업의 1차적 존재목적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기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한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목적으로 생겨난 기업을 운영하는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운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회장은 지난 2014년 감옥에서 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이 SK그룹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시카고포럼'에서도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낮아지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올리면 나중에 경제적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는다"며 "사회적 가치는 비지니스의 액세서리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더 이상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시카고포럼에서 통신업 계열사 SK텔레콤을 예를 들어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고객들이 요금체계에 불만이 많다면 싸게 쓸 수 있는 요금으로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전환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좋다고 말하면 옳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포럼은 미국 시카고대학의 연중행사로 시카고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한 최 회장은 한국 시카고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오는 26일 경기도 이천의 SKMS연구소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모아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강조할지 주목된다. 확대경영회의는 최 회장이 8·15 사면으로 풀려난 2015년 시작됐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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