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강남 집값이 폭등한 정책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지방분권 외친다면 재정분권 위해 지방정부로 종합부동산세 넘겨야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현 정부 경제철학인 ‘소득주도성장’의 기본골격은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기조에 맞춰 지난해 소득세의 최고한계세율을 40%에서 42%로 올렸고, 법인세 최고한계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부자들의 부동산 세금까지 올리려 하고 있다. 아직 논의 중이긴 하지만, 부동산 부자들에게 걷는 ‘종합부동산세’를 현재보다 최고 50% 정도로 높일 것이라고 한다.

좌파진영은 부동산 소유, 부동산을 통해 발생하는 소득을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미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 세금을 걷는 종합부동산세제를 만든 것도 부자를 미워했던 노무현 정부다. 노무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집권여당의 추미애 대표도 얼마 전 부동산의 임대료와 지대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를 봤을 때, 종합부동산세의 인상수준은 지난 해 소득관련 세금인상 수준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동산 소유에 대한 강한 미움을 정의로 포장해서, 부동산세 인상을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날 수밖에 없다. 선의의 피해자도 생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인해 부자동네인 강남 집값이 폭등한 정책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재정학 이론을 통해 단순하게 보면, 종합부동산세 인상은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 온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 세금이 임대인에게 전가되지 않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부동산 세금이 높아진 만큼, 임대인에게 세금이 전가되면 부동산 가격에는 변화가 없게 된다. 또 그 효과도 단기간에만 적용될 뿐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자지역에 대한 재개발을 규제하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부동산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돼 부동산 가격은 더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또 소득이 높지 않은 은퇴자들이 살고 있는 자기 소유 집에 부동산세 부담을 높이면, 그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준다. 물론 비싼 집을 팔아 보다 저렴한 곳으로 이사를 가라고 권할 수 있지만, 이는 국가가 개인의 삶에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인간 삶의 대부분은 자신의 주거지역 주변에서 이루어진다. 세금 때문에 본인의 주거를 옮겨야 한다면, 그 세금은 절대 정의롭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부동산은 오랜 기간 동안 소득을 저축해서 구입한 재화다. 부동산 소유자는 소득이 발생할 때 마다 이미 세금을 지불해 왔다. 그런데 이미 세금을 낸 소득으로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면 이중으로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물론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에는 임대한 부동산으로 발생하는 임대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낸다. 임대소득이 아닌, 부동산에 대한 세금이 정당화하려면 소득세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소득은 개인이 얼마만큼의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소득액이 달라진다. 즉 학벌이 좋으면, 그만큼 인적지본의 가치는 높아진다. 그러나 소득에는 소득세를 부과하지만, 소득을 발생시키는 인적자본에 대해선 세금이 없다. 부동산세가 정당하다면, 소득의 발생 원천인 인적자본을 이루는 학위 수준 등에 대해서도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러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는 부동산세제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지방정부의 재원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 및 법인세 등의 소득관련 세제는 중앙정부의 재원수단이고, 국가 전체에 획일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지방분권을 하고 있는 국가들은 부동산세제를 통해 지방정부에서 자유롭게 세금정책을 편다. 지방마다 고유의 재정권한을 가지므로, 지방마다 다른 세율이 적용된다. 부동산이 지방정부의 고유재원 수단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부동산은 위치가 고정돼 있어, 세금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으므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원배분의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지방분권을 주요한 정책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며,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세금은 모두 지방정부에게 입법권을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종합부동산세제는 지방정부의 세금이 아닌 중앙정부의 세금이다.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그렇게도 강조하면서, 지방재정의 핵심수단인 부동산세제를 지방이 아닌, 중앙이 획일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분권정책의 기조와 상충한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인상하는 정책방향은 분권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중앙집권을 더 강화하는 방향이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前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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