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원을 들여서 새것처럼 만들어 놓은 걸 왜 버리려 하나"
한수원 "정부 협조요청 공문,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 구속력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 멤버 12명 중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유일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조성진 비상임이사(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가 비상임이사직을 사임했다.

조 이사는 20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따라야 마땅한데 내 힘으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할 수 없어 그만둔다"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당초 조 교수의 비상임이사 임기는 2016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였다.

그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반대 이유에 대해 "7000억원을 들여서 새것처럼 만들어 놓은 걸 왜 버리려 하나. 새로 만들려면 3조가 든다. 국민 재산이다. 그래서 반대했다"고 20일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었던 일본과 탈원전을 선언했던 대만도 원전 재가동으로 돌아서고 있는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며 "전력 부족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 이사는 사임 당일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최신형 한국형 원전(APR1400 플러스)의 시험 기회를 놓친 게 가장 안타깝다"며 “(관련 기술·특허·인력이)한수원의 가장 큰 재산인 만큼 잘 관리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당시 조 이사는 "혹시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북한에 전기를 보내 줘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발전소 폐쇄를 결정하고 북한에 전기 공급을 할 필요가 있을 때 발전소 건설을 시작하면 늦는다"라며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12명의 이사 중 유일하게 반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수원측 또한 원전 폐쇄 결정은 자발적인 폐쇄가 아닌 사실상 정부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정부가 원전 조기폐쇄에 대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것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이 한수원에서 받은 제7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산업부 공문에 대해 한수원은 사실상 구속력이 있다고 보고 정부의 탈원전 기조 등 현실적인 면을 감안해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수원 법무실장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산업부 공문에 대해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은 있다고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한수원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은 공문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진 방향대로 법정 절차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 자체로 어떠한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하면서도 "귀사는 에너지법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기업으로서 사실상 정부 정책을 반영해 경영할 것이 요구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귀사 이사회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 및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해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반대하는 내용으로 결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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