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고집‧편견은 대부분 잘못된 데서 비롯됐다’는 전제 속에 서술
"극우 유튜브 방송 및 가짜뉴스가 노년층 분노 부추긴다" 주장한 한국일보
보수-노년층-태극기집회-극우에 대한 구분도 없이 연계하여 낙인찍기
의도성 다분한 표현들과 오히려 조롱을 부추기는 내용들 많아
'가짜뉴스-무분별한 정보수용'은 노년 뿐만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경계해야할 부분
특정연령‧성향만을 겨냥해 세대 갈등의 원인이라는 듯 서술한 저의 의심스러워
세대갈등 해소 기여하고 싶다면, 세대 간 존중할 수 있는 기회 마련해줘야

한국일보는 최근 창간 64주년 특집으로 ‘성난 노인들의 사회’라는 시리즈 기획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기획의도에 대해서는 노년층이 성난 이유에 대해 탐구하고, 심각한 세대 갈등 조율 및 대책 마련에 일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내세운 의도와 달리 이 기획기사 안에는 노골적으로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시각이 곳곳에 묻어난다. 오히려 노년층에 대한 조롱이나 선입견, 세대갈등을 부추기는데 가까운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일보 사이트 캡처
창간 64주년 특집 ‘성난 노인들의 사회’ 기획 보도(한국일보 사이트 캡처)

한국일보는 지난 8일 <“평생 신념 무시당했다” 분노가 일상이 된 실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신문 1‧2면에 크게 내보내며 “노인들이 광장이나 공공장소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터트리는 분노의 이면을 살펴보기 위해 100여차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70대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일보 이진희 기자는 인터뷰에 응했던 백발의 박정기(70‧가명)씨와 관련해 못마땅하고 불편한 시선을 기사를 통해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기사의 전반적인 기저에는 ‘노년층이 왜 이렇게 잘못된 생각을 한 번 들어나보자’라는 식의 기자의 관점이 내포된 채, ‘실제 들어보니 이런 걸 믿고 있는 노인층의 고집과 편견이 문제가 많다’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인터뷰는 태극기집회 등에 참여하는 보수우파 성향의 노년층이 편협하고 공격적인 시선을 가졌다고 일반화하는 한편, 그들의 모든 관점이 ‘잘못됐다’는 예단 속에 진행된다.

관련 내용

“(박 씨에) 반박하려다 포기했다. 반박을 할까 했으나 공산주의, 반공주의라는 주제에 매몰될 수 있고 ‘공산주의자’로 몰릴까 걱정됐다”
“자신들이 무지한 좌파세력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태극기 집회에 나가 싸우고 있다는 뜻을 비쳤다...그는 문 대통령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주사파로 규정지었다.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조금 뜸을 들인 후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보면 그렇다. 탈원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공산주의와 탈원전이 연결되는 대목에서 대화는 끊어졌다”
“그는 ‘나는 세월호는 문재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깜짝 놀라 ‘그렇게 써도 되는지’를 묻자, 표정이 굳었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씨까지 가세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려다 보니 세 명이 서로 말을 가로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2시간 가량의 인터뷰는 파국을 맞았다. 무례한 점이 있었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묻자 진실하지 않다고 했다. 공산주의 공부가 부족하다는 말로 인터뷰 중단 요구 이유를 댔다. 기사를 전제로 만난 자리에서 이뤄진 일방적인 통보였고, 이 과정을 전하는 게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익명을 전제로 대화를 싣기로 했다”

의도성이 다분한 표현들과 오히려 조롱을 부추기는 내용들이 곳곳에 보인다. 인터뷰에서는 기자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는 노인층의 극단적이고 황당해보이는, 또한 어리석어보이는 고집들을 나열된다. 인터뷰에서 일련의 정제되지 못한 인터뷰이(interviewee)의 생각은 세대갈등의 해법보다는 노인 전체를 매도하는데 활용된다. 과거사(史)나 정치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채, 글을 읽는 독자들이 그들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이른바 ‘수구(守舊) 꼴통’으로 비꼬는 게 타당하도록 부추긴다. 노년층의 삶을 단 3페이지에 매도하고 선입견을 갖도록 하는 셈이다.

첫 기획보도에 이어 그 다음주인 15일에도 ‘성난 노인들의 사회’ 시리즈는 이어졌다. 이날은 한국일보 1‧8‧9면에는 <SNS 지라시‧가짜뉴스 맹신...정부‧사회 향해 불신 폭발>, <“유튜브는 진짜를 말하는데, 방송은 왜...” TV‧신문 끊고 맹신>, <“태블릿PC는 완전 깡통이다” 노인 부추기는 극우 인사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의 인터넷판은 네이버 포털에서만 댓글 수만 5천 여개(19일 기준)에 이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노인들에게 가짜뉴스와 선동적인 내용을 부추기는 요인이 무엇인지 추적하고, 노년층이 가짜뉴스에 취약해서 고집과 잘못된 편견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또한 ‘노년층의 사고관이 그릇된다’는 전제 하에 접근한다. 잘못된 편견의 요인으로는 폐쇄적인 카톡 공유 등 SNS를 문제 삼았다. 또한 보수성향 인사들에 대해서는 ‘극우’로 칭하며 그들의 발언내용들이 일단 문제가 많다는 전제 속에 글을 서술한다.

그러나 실제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근거가 빈약한 채 무척이나 쉽게 선동하듯 보수층과 노년층-태극기집회-극우에 대한 구분도 없이 연계하여 낙인을 찍는다. 서술된 내용의 파급력에 비해서는 가짜뉴스의 사례 몇 가지와 극단적으로 보이는 인터뷰 발언들을 근거로, 노년층이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잘못된 인식이나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매도해나간다.

한국일보의 정준호‧강진구 기자는 <“유튜브는 진짜를 말하는데, 방송은 왜...” TV‧신문 끊고 맹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방송과 신문과 달리 공신력이 약한 가짜 뉴스에 대해 지적하고 나선다. 특히 그들은 ‘극우 동영상 채널이 인기’라고 거듭 강조하며, “극우 인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들에는 대부분 노인이 ‘한눈에 읽기 좋은 굵고 큼지막한 글씨’로 자극적인 문구나 근거가 빈약한 제목들이 태반이다. 모두 가짜뉴스라고 하긴 어려워도, 선동적이고 극우적인 내용이 많다”고 지적한다. 또한 “문제는 이런 뉴스를 즐겨 보는 노인 대부분이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는 점”이라고 문제삼는다.

그러나 노년층의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생각이 아니라면, 이렇게 쉽게 글을 작성할 수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제목을 큼지막한 글씨로 자극적이라는 것은 노년 보수층이 즐겨보는 유튜브에만 국한하여 문제삼을 수 있는 내용도 아닐뿐더러, 어떤 논리가 어떤 측면에서 선동적이고 극우적인지 제대로 된 논리조차 없다. 철저한 분석과 비판의식 아래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기보다는 ‘노년층-보수-극우’라는 편협한 프레임에 기대어 오히려 선동하는 문구들이 눈에 띈다. 실제로 활용된 표현들은 자제했지만 일부 노년층을 ‘극단적인 수구 꼴통’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방송을 보는 노인 대부분이 별도의 검증도 없이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는 내용도 노년층에 대해서 국한지을 내용도 아니다. 오히려 이슈에 관심이 많은 노년층은 이슈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진 경우도 많고, 이슈를 계속 관심있게 쫓아간다. 반면 사회 이슈만을 계속 쫓아가기에는, 다른 관심사항도 많은 청년층은 먼저 접한 정보를 통해 이미지화하고, 이후에는 이미지에 기반해 이슈를 파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보 왜곡 사태와 가짜뉴스’에 따른 선동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신문‧방송‧인터넷‧유튜브 모두 경계해야하는 사항이다. 누구나 스스로, 정보 출처가 공식적인지 확인하며 정보를 선별해내거나 다른 측면과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야한다. 그런데도 이 신문 보도내용은 특정 성향이나 특정 연령층에 대해서만 비난의 화살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문에서 언급한 유튜브를 예로 들자면, 유튜브에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나 조롱을 목적으로 하는 가짜뉴스들이 파다하게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층이나 혹은 이들을 선동하는 이들이 쉽게 전 정권에 분노하게 만들고, 사회적 불만을 갖도록 만들고, 이런 자료들을 유포하고 확산하는 사회적 실태는 신문 보도내용에 일절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진희 기자, 이혜미 기자가 작성한 <“태블릿 PC는 완전 깡통이다” 노인 분노 부추기는 극우 인사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기존 매체에 대한 실망감에 유튜브로 이동한 현상과 관련해 “집회 공간 밖, 일상생활에서 보수파 노인들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주체는 이름 있는 극우 보수 인사들”이라며 “보수파 노인들에게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설명한다. 이어 “극우 인사들의 경쟁적인 유튜브 활동은 경제적 이익도 그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 이득을 위한 가짜뉴스 생산지처럼 묘사한다.

또한 이들은 “정당의 태극기 집회 선동에는 노인들의 분노와 함께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악용되어 왔다”며 여러 병폐들을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이들과 연계해서 매도한다. 뭉뚱그려서 쉽게 글을 쓴 점이 눈에 띈다. 과연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노년층이 성난 이유에 대해서 탐구하고 세대갈등 해법을 도모하기 위해 ‘노인들이 이런 사고과정을 거쳤구나, 이런 식으로 대화를 풀어가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될지, ‘이래서 노인들은 말이 안 통해’라고 생각하게 될지 의구심이 들 뿐이다.
 

가짜뉴스가 성행하는 부분이나 극단적인 사고관은 사회적 차원에서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마치 노년층만 가짜뉴스에 노출돼서 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하다는 식의 논리는 보도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획의도에서 밝혔듯이 이번 기획 보도는 세대갈등 해소에 기여하는 역할을 했을까. 아쉽지만 오히려 가짜뉴스에 노출된 노년층의 부족한 인식을 조롱하고 세대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에 더 가까워보인다. 분노와 공격성을 노년층으로 제한지은 내용은 사회통합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합리적인 비판마저 차단하고 이분법적인 세계관만을 부추길 뿐이다. 침소봉대하여 특정계층을 낙인찍고 매도하는 보도행태는 독자들로 하여금 현상을 이미지로 치환해서 단순하게 이해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노년층의 ‘잘못된 사고관’이라는 식으로 결론내린 채 노골적으로 편향성을 드러낸 보도는 반감을 부추기는 것이며 노년층의 사고관을 폄훼하는 것일 테다. 이 보도가 과연 기획의도처럼 노년층의 분노와 공격성을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는 가치를 지녔는지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세대 간 분노와 공격성을 줄여야한다는 내용에 공감이 가는 측면도 있다. 답답하다고 언성만 높일 경우 공감을 얻기 힘들며 갈등만 생길 우려가 크다. 다소 원론적이지만 청년층은 노년층을 꽉 막혔다고 단정짓고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삶의 지혜에 기댄 현실적인 조언들을 귀기울여야하고, 노년층은 청년층에게 ‘아무것도 모르고 저런다, 틀렸다’고만 분노하기보다는 청년층이 모르는 정보에 대해서 답답하더라도 차분히 설명해주면서 신뢰도를 확보하는 등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신문이 정말 이와같은 세대갈등 해소에 기여하고 싶다면 특정성향-연령에 대해서 일반화시켜 잘못된 모습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각자 그러한 판단에 이른 이유에 대해서 상세히 조명하여 상호 간 오해를 풀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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