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70년도 안 된 지금 대한민국은 왜 다 죽어 가는가
-임계순 교수의 [싱가포르 모델] 읽으면 눈이 번쩍 뜨일 것
-이런 게 일류국가…여기서 못 배운다면 우린 정말 끝장
-청와대 주사파와 좌클릭에 코 박은 멍청이 의원도 공부하길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KBS 이사)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KBS 이사)

신간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김영사)을 읽는 내내 만감이 오갔다. 리콴유의 싱가포르는 이렇게 뻗어 나가는데 이승만-박정희의 대한민국은 건국 70년만에 다 죽어간다는 재확인 때문이다. 한국-싱가포르는 한때 아시아 네 마리의 용으로 불렸는데, 지금의 격차는 뭣 때문일까?

의문 해소를 위해 서평을 쓰는 건 당연하지만, 통상적인 책 소개는 내 관심이 아니다. 국가파괴에 그토록 열심인 청와대 386탈레반에게 국가경영은 이렇게 한다는 걸 일깨워주는 게 우선이다. 폭민(暴民)정치의 ‘분노하는 신’이 된 국민에게 암시도 주고 싶었다. 걸핏하면 촛불 드는 걸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으로 아는 게 당신인가? 그럼 싱가포르 공부 함께 해보자.

마침 저자 임계순(74) 한양대 명예교수는 학계 권위자다. 책 행간에 몰락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충정이 스며있는데, 얼마 전 전화해 많은 얘기도 나눴다. 책 내용은 두 덩어리로 나뉜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래로 왜 지금껏 싱가포르를 발전모델로 선택했는가의 과정 설명이 앞 대목이다.

중국 현대화란 명쾌하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를 1000개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압축된다. 때문에 싱가포르가 어떻게 세계 일류국가가 되었는가를 담아낸 책 뒷부분이 이 책의 앙꼬다. 리콴유 리더십, 집권여당의 운영에서 최고 경쟁력의 공무원과 싱가포르인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미니 싱가포르학’이다. 장담컨대 그걸 보면 죽은 대한민국 살리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 반체제 야당, 막가파 노조가 없는 나라

1965년에 건국된 인구 500만의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잘 나간다는 건 모두가 안다. 지난해 기준 GDP 6만 달러로 미국-일본보다 높으며, 우리의 딱 두 배다. 국가경쟁력 1~2위를 다투고, 국가청렴도 세계 5위, 외환시장 거래규모는 세계 4위인 금융허브다. 이런 걸 만든 게 국부(國父) 리콴유 이래로 정치지도자의 힘인데, 대한민국이 배울 게 천지다.

우선 강성 노조가 없다는 게 가장 부러웠다. 그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목표로 노동자-국민을 교육시킨 결과다. 리콴유는 1979년 좌익 성향의 강성 노조를 해체한 뒤 합리적인 전국노총 탄생을 유도했다. “변화하겠느냐, 아니면 죽겠느냐?”고 으름장 속에 국가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노동3권 중 단결권-단체교섭권은 인정하지만 단체행동권을 유보키로 합의했다. 대한민국 기준으로 명백히 어용노조인데, 그렇게 곡해하는 사람이 그 나라엔 없다. 어쨌거나 강성노조도 없지만 엉터리 야당도 없다. 집권여당인 인민행동당이 사실상의 1당 독재를 하고 있고, 다당제인 그 나라에서 야당이 선거로 집권할 가능성은 제로다.(332쪽)

그럼 독재-권위주의이겠지만, 싱가포르는 “정치다원화가 효율을 저해한다”는 점에 국가적 합의를 봤고, 이후 정치권이 효율적으로 굴러간다. 정치위기가 만성화돼 경제의 발목 잡으며 국민을 분열로 내몰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싱가포르란 거울에 비춰보니 우리의 몰골이 더 잘 보인다.

일테면 대한민국 집권당인 민주당은 신익희-조병옥이 뿌리인 정당, 미국 민주당 같은 리버럴이 아니다. 운동권 정당으로 DNA를 바꿨고, 대한민국 체제를 멋대로 바꾸려고 헛꿈을 꾸는 중인데 그러고도 지방선거에 ‘몰빵 지지’를 얻어냈다. 지금은 언론-시민이 함께 보수를 죽이자고 난리다. 물어보자. 당신은 잘 사는 싱가포르가 좋은지, 천덕꾸러기 대한민국이 좋은지?

◆리더십보다 팔로워십이 문제다

엉터리 야당, 막가파 노조가 없는 싱가포르에서 정말 부러운 건 미친 언론이 없다는 점이다. 그건 이유가 있는데, 리콴유는 1971년 국제신문편집인협회 연설에서 신문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국가건설에 동참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언론의 자유를 들먹이는 자들이 난리였다.

리콴유는 꿈쩍 안 했다. 서구식 민주주의도 국가 이익과 공동선에 해가 된다면 봉쇄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게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그게 그 나라의 풍토가 됐다. 싱가포르에선 정부 비방이나,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글은 신문-방송이 실어주지도 않지만, 혹시 국가지도자를 매도하는 뉴스가 거짓으로 판명되면 엄청난 배상을 물린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탄핵이란 ‘언론의 난동’이었는데, 그런 건 싱가포르에서 꿈도 못 꾼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비애국적이고 반싱가포르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걸 매우 꺼린다. 아무나 “헬조선” 을 외치고, 국가지도자를 매도하는 게 습관이 된 한국의 황량한 풍토와 완전 정반대다.

싱가포르를 “잘 사는 북한”이라고 경멸하는 일부 멍청이도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국민들은 자유와 민주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잘 살기를 바란다”(330쪽). 그게 무얼 말해줄까? 그들은 리더십 못지않게 팔로워십(followership)이 뛰어나다. 사회 구성원이 리더십을 따르며 참고 양보할 줄 안다. 그래서 저들은 훌륭한 공민이고, 우린 한심한 폭민이다.

◆리콴유 못지않게 훌륭했던 우리 박정희

리더십-팔로워십이 모두 탁월한 싱가포르에 비춰 대한민국은 리더십이 엉터리이고, 팔로워십은 개판이다. 국가위기인 1970년대 유신시절 미니스커트 길이와 장발을 단속했다고 지금도 앙앙불락하며 사생활에 개입한 국가권력을 저주하지만, 싱가포르 국민들은 지금도 그렇게 산다.

리콴유는 독재자를 넘어 엄부(嚴父)다. 그래서 껌을 씹거나 소지만 해도 큰 벌금(우리돈 800만 원 내외)을 물리고 마약-매춘은 물론 포르노 유통 역시 엄하게 단속한다. 채찍형-교수형도 있으며,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는 비민주적 요소도 시행 중이다. 반공 이념에 따라 우리나라 국가보안법 비슷한 국가안전법으로 국민기본권을 유보해도 그걸 뭐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

결정적으로 집권여당이 반세기를 훌쩍 넘게 집권해도(세계 최장이다) 국민 불만은 크지 않은데, 한국에선 꿈도 못 꾼다. 더 쉽게 말하자. 대한민국의 모세인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하와이 깡패’라고 헛소리를 하고 부국 대통령 박정희는 ‘원조 적폐’라고 손가락질하는 게 이 나라의 배은망덕한 국민이다.

맞비교해보자. 박정희가 18년 재임한데 비해 리콴유는 31년 통치했다. 권위주의적 통치는 리콴유가 훨씬 심했고, 퇴임 뒤 상왕(上王) 노릇을 했다. 그리고 현 총리 리셴룽은 그의 아들이다. 그런데도 싱가포르 국민은 잘도 참아줘 일류국가를 이룩했다. 박정희가 그 절반이라도 했다면? 민중총궐기에 촛불시위로 날을 새고 광화문이 뒤집혔을 게 빤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지켜보는 대로다. 대한민국은 지금 좌익의 위협에 노출된 채 국가자살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그러는 새 싱가포르는 말 그대로 지구촌의 별로 떴다. 세계2위 경제대국 중국이 새삼 미래의 발전 모델로 꼽는 나라가 싱가포르라면 말 다한 거 아닌가?

여기에서 뭔가를 배우지 않는다면 우린 가망이 없다. 싱가포르에 있고, 우리에게 없는 게 어디 한둘이랴? 강력한 법치와 국가비전 그리고 엘리트주의가 존재한다. 한국사회를 좀먹는 포퓰리즘-무상복지-하향평준화 따윈 싱가포르에선 찾아볼 수 없다. 자, 마무리인데 혹시 우리가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에서 배울 필요가 있겠냐고 냉소하는 이들이 있을까 두렵다.

그런 이들을 위해 싱가포르 같은 도시 1000개 건설의 꿈을 꿨던 덩샤오핑과 리콴유와의 1978년 대화를 소개해드리려 한다. 당시 덩이 천지개벽한 싱가포르에 감탄하면서도 선뜻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혼잣말을 토해냈다. “내가 상하이 정도의 지방을 다스린다면 좋았을텐데….”

그때 리가 정색했다. “아닙니다. (건국 초)싱가포르에 온 중국인들은 모두 광둥성의 한 뼘 땅도 없고,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이들의 후예가 아닙니까. 중원에 관리-문인의 후예가 수두룩한 중국은 우리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게 맞는 말이다. 중국보다 똑똑한 나라가 한국인데, 아직은 가능성이 없지 않다. 동의하시는가? 그럼 행동을 하자.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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