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군사훈련 중단 결정, 군사적 위법행위 될 수 있어”

미국 백악관 샌더스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선의를 갖고 행동하는 한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샌더스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선의를 갖고 행동하는 한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한미 군 당국은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18일(현지시간)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군은 8월로 예정된 방어적 성격의 ‘워게임’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위한 모든 계획을 유예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일관되면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 아래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가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율하고 있다”며 “추후의 ‘워게임’에 대해선 어떤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화이트 대변인은 “이번 주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에서 만날 것”이라며 “한반도 밖에서 실시되는 태평양 지역의 훈련들에는 어떤 영향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언론들도 19일 한미 군 당국은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미북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국방부는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며 “후속하는 다른 (한미군사)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후속 군사연습은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훈련 등을 일컫는다.

한미 국방부는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또 다른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은 비핵화 이행 여부를 보고 실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군 일각에서는 UFG 유예기간을 ‘북 비핵화 대화 기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까지 북한과 대화가 계속될 경우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도 일시 중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협상하는 동안 ‘워게임’을 중단하자고 한 것은 자신의 요구였다며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 즉각 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미국과 한국이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 DC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18일(현지시간) 개최된 2018년 한미전략포럼에서 빅터 차 한국석좌는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에 좋게 보이는 양보를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우리군대의 준비태세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수미 테리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값비싼 워게임’ 즉 전쟁연습이라는 북한 측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미국이 김정은이 그 어떤 사안에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한미 연합훈련을 비롯해 대북협상의 지렛대를 이미 상당 부분 내주고 있다”고 했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미국과 한국은 무기를 사용하는 기술을 단련하고 적의 술책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있다”며 “여기엔 상륙연습과 낙하산 낙하, 북한 포병에 대한 대응 훈련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군사적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WSJ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독수리 훈련은 북한의 군사 훈련과 동시적으로 시행되고 다른 전역(戰域)의 연합군과 미군을 포함한다”며 “훈련의 중단은 군의 만반의 준비태세를 약화시킨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양보했지만 김정은이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군사적 행동을 취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며 “세 명의 미국인 인질을 돌려보내고 미군 유해를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한 것은 위협을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거의 모든 28,500명의 주한미군이 캠프 험프리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총 기지 구축비용 110억 달러 가운데 100억 달러를 한국이 지불했다”고 했다. 이어 “서울은 주한미군 운영비용의 거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RFA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에 대한 아주 사소한 양보에 불과하다”며 “모든 사람들은 미북 공동성명에서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누락된 점을 비판하지만 종전선언 또한 이번 공동성명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미북회담은 북한이 많은 것을 실제로 포기한 반면 미국은 단지 약속만 많이 하는 등 처음부터 균형이 깨졌다”며 “1994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사례가 있듯 이번에도 한미 연합훈련 자체를 종식한다는 것이 아닌 잠시 중단(pause)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이번 UFG 훈련의 일시중단은 1990년 이후 28년 만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는 1990년 미국 측의 걸프전 참전 때문에 당시 UFL(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을 중단한 적이 있다”며 “이번 UFG 연습 유예는 1990년 이후 두 번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1992년에도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팀스피릿 훈련이 중단된 적이 있으나 UFL은 UFG의 전신이기 때문에 이번 UFG 훈련의 유예는 1990년 이후 두 번째라는 설명이었다.

매년 8월 하순에 열리는 ‘워게임(war game)’ 형식의 지휘소훈련(CPX)인 UFG 연습은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대표적인 한미연합훈련 중 하나다. 2008년부터 UFL연습에서 UFG 연습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UFG 연습에는 매년 정부 행정기관과 주요 민간 동원업체, 군단급 이상 육군부대, 함대 사령부급 이상 해군부대, 비행단급 이상 공군부대, 해병대사령부, 주한미군, 전시증원 미군 전력이 참가한다. 작년에는 미군 1만 7599명(해외 증원군 3000명 포함)이 참가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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