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우리나라였으면 철부지는 '개념 있다' 띄워주고 정치지도자는 꼰대질로 매도했을 것"
10대 소년, 드골 기념식서 혁명가요 부르며 마크롱에 "잘지내요 마뉘?"
마크롱, 악수 멈추고 "오늘에 걸맞는 행동해야" 작심 충고
혁명노래에 대해선 "혁명을 하고 싶으면 먼저 제대로 행동해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에게 빈정거리는 한 10대 청소년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한 소년이 사회주의 혁명가요 '인터내셔널'을 흥얼거리며 마크롱 대통령의 이름을 줄여 부르다가 대통령의 훈계에 '죄송하다'며 물러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몽 발레리앙 추모공원에서 열린 샤를 드골의 대독 항전 연설 78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기념식은 프랑스가 나치 독일의 점령 아래 있던 1940년 6월 18일, '자유프랑스'를 이끌던 드골 장군이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국민에게 BBC 라디오 방송으로 대(對) 독일 결사항전을 독려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마크롱은 행사장 앞에 모여있던 청소년들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10대 소년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잘 지내요 마뉘?"라며 마크롱 대통령의 성(에마뉘엘)을 줄여 불렀다. 특히 이 소년은 입으로는 노동해방을 노래한 혁명가요 인터내셔널가의 후렴구 중에 "결전의 날"(C'est la lutte finale) 부분을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크게 악의는 없는 표정이었지만 약간은 빈정거리는 분위기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소년과 악수를 한 뒤 곧바로 "아니야 아니야"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훈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 공식적인 행사에 왔으면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지. 바보처럼 굴 수도 있지만, 오늘은 '라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 '샹 데 파르티잔'(레지스탕스의 투쟁가)를 부르는 날이야. 그러면 나를' 므슈'(성인남성에게 붙이는 경칭)나 '므슈 르 프레지당'(대통령님)으로 불러야지."라고 말했다. 소년은 곧바로 "죄송합니다. 대통령님"이라며 저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작심한 듯 충고를 이어갔다.

그는 소년이 사회주의 혁명가요 인터내셔널가를 흥얼거린 것에 대해 "절도 있게 행동해야 해. 네가 만약 언젠가 혁명을 하고 싶다면 먼저 학교를 마치고 너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해"라고 충고했다.

인터내셔널가(L'Internationale)는 노동자 해방과 사회적 평등을 주창하는 사회주의 민중가요로, 1871년 파리코뮌이 한창이었을 때 프랑스의 혁명가이자 시인인 외젠 포티에가 가사를 쓰고 마찬가지로 프랑스인인 피에르 드제이테가 1888년에 곡을 붙인 노래다. 이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국가(國歌)로도 채택되는 등 사회주의 전통을 상징하는 노래이기도 한다.

노래 제목의 인터내셔널은 사회주의자들의 국제조직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을 뜻하는데, 사회주의 전통이 여전히 있는 프랑스에서는 사회당을 지지하는 청소년들이 가사를 외울 정도로 넓게 퍼진 노래이기도 하다.

한편 달변으로 이름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과 즉흥적으로 설전을 하거나 직언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13일(현지시간)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빈곤층을 단순히 지원하는 사회보장 예산을 비판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사회보장에 미친 수준의 돈을 퍼붓고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빈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모든 사회정책은 가난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어야 한다. 그게 비용이 더 적게 드는 것”이라며 단순 지원보다는 교육 기회 확대 등을 통해 스스로 빈곤을 이겨낼 수 있는 자생적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에는 지방 소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파업집회를 하던 철도노동자들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자 그는 "대화를 하려고 왔지만, 야유는 수용할 수 없다. 파업으로 전 국민을 볼모로 삼지 마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을 경우를 가정하여 국내 분위기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는 이런 일이 있으면 철부지 십대를 개념있다고 띄워주고 정치 지도자를 꼰대질로 매도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무분별한 인기영합주의에 기댄 언론보도 행태나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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