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사위' 쿠슈너 고문에 싱가포르 美금융가 슐츠 통해 대화의사 전달"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기사 캡처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이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말 폭탄'을 주고 받고 있던 지난해 여름부터 싱가포르의 금융사업가를 통해 미북정상회담을 타진했다는 정황이 18일 제기됐다.

북측이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국 금융가 가브리엘 슐츠를 통해 대화 의사를 알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를 전해받은 것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17일(미국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북간 협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현직 행정부 관리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런 정황을 보도했다. 

특히 NYT는 미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지만, 협상에 정통한 사람들은 슐츠의 초기 접촉이 미국과 북한을 싱가포르로 이끌 막후 협상을 시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여름 미국과 북한은 수개월째 서로 막말에 가까운 위협을 주고 받으며 전 세계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던 중이었다. 

NYT는 북한이 쿠슈너 고문을 대화채널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점이 고려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많은 당직자들이 교체됐지만, 쿠슈너는 대통령의 가족이기 때문에 고문직에서 물러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연결 고리가 될 수있다고 북한이 판단했다는 이야기이다. 

중국 정부 역시 첫 미중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쿠슈너를 통해 막후협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과 쿠슈너 고문을 이어 준 슐츠는 광산사업가 집안 출신으로 2016년 대북제재 조치가 취해지기 전엔 북한과도 수차례 거래했으며, 트럼프가(家)와도 아시아 지역 사업과 관련해 연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슐츠는 쿠슈너에게 북한의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전달했으나, 북한과의 실제 접촉은 쿠슈너 대신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현 국무장관이 맡게 됐다고 한다.

NYT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초기 혼란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쿠슈너라고 판단해 그와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비밀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폼페이오 장관이 나서게 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금까지 미북대화를 중재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슐츠 한 사람 뿐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북한 정부와 커넥션이 있다'며 국무부에 접근한 사람이 십여명에 이르렀지만, 대부분은 별 성과가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슐츠는 NYT의 취재 요청에 "나는 나의 사업이나 개인적 관계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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