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명분을 얻어낸 검찰이 사상 초유의 사법부 수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18일 사법부가 스스로 제기한 ‘재판거래’ 의혹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특수1부(신자용 부장)에 재배당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 협조’ 입장을 공식화한 게 계기다. 앞서 김 대법원장 체제 하의 특별조사단 등은 3차례에 걸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끝에 재판거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전 차장검사들과 만나 사건 재배당 방안 등을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지검 특수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을 수사해 구속기소한 곳이다.

수사 쟁점은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 재판을 청와대와 거래하려 했는지 여부, 좌파 성향 판사들의 동향을 불법 사찰했는지 여부 등이다.

그러나 현직 대법관들이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반발하며 사법부 차원의 조사도 불법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대법관 13명은 김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대국민 담화 직후 “재판 거래 의혹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공동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사법부가 어떤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할지도 관건이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재판 거래 의혹 대상 문건들이 검찰에 제공될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수사 동력은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헌법에 규정된 삼권 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수사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대법원 차원에서 관련 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도 진행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등 총 13명이 대상이다. 이 중 5명은 이미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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