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뿐 아니라 국민의 이념적 지향도 ‘좌파 광풍’의 시대
나라경제 추락하면서 총체적 빈곤화 터널로 들어가나
‘국가 자살’ 치닫게 되면 한국인이 짊어져야 할 업보
선배세대들이 반세기 이상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이 안타깝다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펜앤드마이크(PenN) 창간 다음날인 올해 13<‘국가 자살로 치닫는 20세기 기적의 나라>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 칼럼은 흔히 경제 기적이라는 말이 붙는 독일 일본 중국과 비교해도 20세기 후반 한국의 경제적 성취는 불가능에 가까운 진정한 경제 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인이 자살하는 것은 봤어도 국가가 자살로 가는 것은 한국에서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지금 한국은 어렵게 만들어낸 소중한 성취를 물거품으로 돌리고 국가적 자살로 가려고 작정이나 한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비슷한 견해는 다른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김휘국 미국 워싱턴 버지니아 대학 교수는 422PenN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권이 사회주의를 표방하여 역사의 교훈을 역류하는 것은 국가적 자살행위이며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사회민주주의 성향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기, 자유를 선언한다를 주제로 323일 열린 1회 자유지성인 대회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을 뜯어보면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한민국의 경제적 자살을 도모하는 정부라며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시대정신에 역류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1년을 넘기면서 한국이 국가 자살로 치닫는 조짐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공병호 박사는 몇 년 전 저서에서 세계에서 좌향좌 정책을 통해 성공한 나라가 단 한 나라라도 있으면 제게 알려주십시오라고 썼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가 단 한 나라도 성공한 경험이 없다라고 강조한 좌파 광풍(狂風)’의 시대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김경수까지 묻지마 투표하며 무슨 민주주의 운운하나

얼마 전 끝난 이번 6.13 지방선거는 이런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선거가 끝난 뒤 국내 언론은 대체로 야당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게 현 상황을 총체적으로 진단한 정확한 분석일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행태에는 나도 거부감이 크다. 더구나 선거 참패 후 보여주고 있는 저 콩가루 집안 같은 행태나. 하루빨리 좌파 정당으로 옮기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제대로 된 대한민국 우파정당 재건을 위해서도 더 나아보이는 김성태 남경필 류의 기회주의적 사이비 보수들이 설치거나 '홍준표 이후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모습에서는 환멸마저 느낀다. 그나마 김문수 심재철 김진태 전희경 차명진 박대출 같은 몇몇 정치인마저 없었더라면 한국당은 벌써 자유우파 성향 애국 시민들에게 완벽하게 버림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여당 내 다른 사람들은 제쳐두고라도 이재명 김경수 같은 문제투성이의 여당 후보들조차 다수 유권자의 선택에 힘입어 도지사에 무난히 당선된 것은 현재 한국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마 두 사람에 투표한 유권자 중에 적지 않은 친여(親與) 성향 유권자는 과거 입에 거품을 물고 정치인의 도덕성 타령을 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무리 묻지마 선거라고는 하지만 이재명 김경수 같은 문제투성이 후보까지 우리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던지면서 무슨 민주주의를 운운한다는 말인가.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좌경화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은 교육감 선거에서도 드러난다. 시도지사와 달리 정당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는 친()전교조냐, ()전교조냐가 중요한 선택기준이었다. 4년 전 교육감 선거에서 친전교조 좌파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대체로 30%대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때보다 적게는 5%포인트, 많으면 20%포인트 가까이 친전교조 좌파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우파 후보는 출마도 못해 좌파 후보들끼리 승부가 갈렸다. 반전교조 우파 후보가 난립한 과거 교육감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상당수 시도에서 사실상의 우파 단일화가 이뤄졌는데도 17개 시도 교육감 중 좌파가 14곳이나 당선된 반면 우파가 승리한 시도는 3곳에 그쳤다.

흔히 한국인의 이념적 분포는 우파가 좌파보다 우세하다고 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교육감 선거 결과만 보면 이미 좌파가 다수가 됐고 우파는 소수로 전락한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좌파 정치세력이 중앙 행정권력과 사법권력을 장악한데 이어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시도 의회와 시군구 의회까지 좌파에 완전히 넘어가면서 국정및 지방행정의 폭주에 대한 견제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 역시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쯤으로 여기는 전교조식 교육이 더 판을 칠 테니 미래도 암담하다.

취업자 격감, 주가-원화가치 동반폭락의 심상찮은 의미

집권세력이 뚜렷한 급진좌파 성향이고 국민 역시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좌파에 더 호의적인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라 전체가 추락하면서 다시 총체적 빈곤의 터널로 들어가는 국가 자살이 가속화할 위험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런 징후는 이미 경제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6.13 선거 이틀 뒤 발표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5월의 신규 취업자는 84개월 만에 최저인 7만 명대로 추락했다. 작년 5월의 취업자 증가폭이 38만 명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정확히 1년 만에 약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순수한 민간 일자리를 의미하는 비()공공행정 분야 취업자는 아예 14000명 감소로 돌아섰다. 여기에 늘어난 민간 일자리로 통계에는 잡히지만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일자리들까지 감안하면 민간 일자리 감소폭은 훨씬 커지게 된다. 이미 올 들어 한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는데도 사정이 이렇다. 좌파 광품의 시대에 일자리 격감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방선거 후 나타나고 있는 심상찮은 주식 및 외환시장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코스피는 선거 다음날인 14일부터 18일까지 거래일 기준 사흘동안 96포인트나 빠졌고 원화가치도 사흘 연속 폭락(원화환율은 폭등)했다. 주가와 통화가치의 동반급락은 향후 경제에 심각하게 적신호가 켜졌을 때 나타나는 첫 움직임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경제에 호재는 찾기 어렵고 어려워질 변수만 쌓여가고 있으니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정치는 종종 거짓말이 먹힐 수도 있지만 경제는 거짓말이 통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경제사정과 기업실적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게다가 앞으로 대규모 대북(對北) 퍼주기가 재연되면 국가 재정상황도 급전직하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1960년대 본격적 경제개발이 시작된 뒤 역대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 각별히 신경을 썼지만 현 정부는 전혀 다르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 마지막 보루인 재정 건전성까지 무너지면 그 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국가신용등급 및 경제성장률의 추락, 소득 및 일자리 격감, 국내외 자본의 해외탈출, 그리고 처참한 경제위기의 도래일 가능성이 높다.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느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계 역사를 읽어보면 비교적 잘 나가던 나라가 정부와 국민의 판단 착오로 순식간에 몰락한 사례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나라의 현실에 좌절해 '해외 이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빠르게 늘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조국이 망하면 어느 나라에 가도 제대로 대접을 받기 어렵다는 냉엄한 현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마 몇 년 안에 '한국 여권(旅券)의 가치'는 종전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다. 국내에서는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 취임 후 국제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이미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지 않은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미래가 없는 나라라는 절망감이 들 때가 적지 않다. 건전한 상식을 지닌 상당수 국민과 역사적, 전문적 식견을 지닌 지식인들이 걱정하는 대로 앞으로 한국이 국가 자살로 치닫는다면 그것은 마땅히 감사해야 할 일에 감사할줄 몰랐던 한국인이 짊어져야 할 업보일 것이다. 다만 거지나라에서의 탈출지구촌에서 대접받는 번듯한 나라 건설을 위해 우리의 선배세대들이 지난 반세기 이상 흘렸던 피와 땀과 눈물의 역사가 너무나 안타깝고 서글프다.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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