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 시, 가계 이자 부담 2조3천억원 증가
신용대출, 자영업자 대출 등 변동금리에 취약한 대출의 부실화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2%대에 들어서면서 국내 대출금리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연내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국내 대출금리 상승세는 점차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취약계층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경우 약한 고리부터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은행연합회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잔액 기준은 연 1.83%, 신규취급액 기준은 연 1.82%로 공시했다. 전달보다 각각 0.03%포인트 오른 것이며, 잔액 기준은 9개월 연속 상승세다.

COFIX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변동대출 상품 금리의 기준이 된다. 코픽스가 오르면 은행들의 변동대출 금리도 함께 오른다.

KB국민은행은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연 3.49∼4.69%에서 오는 18일 연 3.52∼4.72%로 0.03%포인트 올린다고 예고했다. 신규취급액도 연 3.33∼4.53%에서 연 3.36∼4.56%로 올리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 역시 코픽스 금리가 오른 만큼 주담대 금리를 올린다.

문제는 이 같은 대출금리 상승이 올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미국이 2017년부터 금리를 5번(1.5%포인트) 올리는 동안 한은은 1번(0.25%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지만, 코픽스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16년 9월 저점(연 1.31%)을 기록한 이후 현재 연 1.82%까지 뛰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도 지난해 초 연 2% 내외에서 최근엔 연 2.6∼2.8%대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도 최고금리 기준으로 작년 초에는 연 4% 내외였지만 최근에는 연 5%를 넘나들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지금 같은 상황이면 올해 안에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를 넘어서고, 고정금리형 대출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 정도에 따라 최고 연 6%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오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는 별도로 미국 금리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금리 상승을 유발시키고 이는 결국 한국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금리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금리 상승에 가계 이자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2조3천억원 가량 증가한다. 이자 갚기도 어려운데 금리마저 오르면 특히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실제로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6.7%로 작년 말보다 0.6%포인트 뛰었고, 상호금융의 신용대출 연체율도 1.65%로 0.27%포인트 올랐다.

또 가계부채는 상승하는데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더 늘어나고 있어 위험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전세자금대출 총 잔액은 약 53조6천888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6년 8월 3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40조원, 올해 3월 50조원을 넘어섰다. 이 속도라면 연내 60조원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기타대출은 204조6천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5천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300조2천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증가속도도 역대 가장 빠르다. 올해 1∼5월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11조3천억원으로,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많다.

이처럼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한 가지 원인으로 정부의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개인사업자들이 사업자 명의로 돈을 빌리면서 규모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은행권보다는 비은행권 대출, 신용대출 같은 비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는 데다 신용대출은 고정금리가 거의 없다며 금리인상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강화되는 정부의 대출규제로 인해 안정적인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신용대출 등으로 넘어가는 현상에 대해 우려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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