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의총 직후 로텐더홀서 단체로 무릎꿇고 '반성문' 낭독
혁신위·洪언행 부정하며 "국민들 합리적이고 품격있는 보수정당 원했지만..."
김성태 "6.13은 국민이 한국당 탄핵한 선거…보수이념·당 해체하고 세대교체를"
성일종 '중진 은퇴론' 내세우자 6選 김무성 "차기 총선 불출마…책임·희생이 보수가치"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뒤 이틀 지난 15일 무릎꿇기와 함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반성문 낭독 퍼포먼스를 벌였다. "보수의 가치가 희생과 책임에 있음에도 소홀히 했다"면서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는 전날(14일) 사퇴한 홍준표 대표 체제 때의 행보를 싸잡아 지목했다. 

한국당은 15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연 뒤 로텐더홀에서 의원 일동이 무릎을 꿇은 채 신보라 원내대변인이 준비된 반성문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당은 반성문에서 "국민들의 바람은 냉엄한 반성과 뼈를 깎는 혁신과 변화였다"고 전제한 뒤 전임(前任) 지도부의 행보를 일체 부정하는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사진=자유한국당
사진=자유한국당

이들은 "당명을 바꾸고 두 차례의 혁신위원회를 운영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지 못했다"며 "국민들께선 합리적이고 품격있는 보수정당을 원했지만 거친 발언과 행태는 국민들의 마음이 한국당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했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 체제 하에서 당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운영했던 1·2기 혁신위 성과를 부정하고, '거친 발언과 행태'로 이른바 '홍준표 막말 프레임'에 편승하는 태도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또 "당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책임을 전가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보수의 가치가 희생과 책임에 있음에도 소홀히 했다"고 했다. 나아가 "정부의 경제 민생 실정(失政)에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도 못했다"고 당의 정책 공약까지 부정하는 듯한 언급을 내놨다.

이들은 "결국 혁신을 위한 처절한 반성도, 뼈를 깎는 변화의 노력도, 새로운 미래도 준비하지 않는 정당으로 평가받았다"며 "다시 태어나겠다. 국민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상투적인 변화와 단절하고 그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고 대(對)국민 호소했다.

앞서 공개 의총에서는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당의 노선, 나아가 정체성까지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성태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수구와 적폐, 국정농단의 원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반성하고 자성에 이르지 못한 저희들의 잘못이 크다"면서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구 기득권, 낡은 패러다임에 머무는 보수는 탄핵당했고 저희는 응징당했다. 우리가 여전히 수구 냉전적 사고에 머무른다면 국민들은 점점 더 우리를 외면하고 말 것이라는 무거운 질책과 경고를 우리는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소위 '수구 냉전세력 프레임'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패 청산, 기득권 해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려는 보수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 뒤에서 딴 생각만 하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구태보수를 청산하고 노욕에 찌든 수구기득권을 다 버려 보수이념의 해체, 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특히 "조기 전당대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우리 당이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한 마당에 그걸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며 "보다 못한 성난 국민들이 썩은 내 나는 집구석을 이제 헐어내라고 우리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다시 지어야 한다. 다 헐어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물러날 분들은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당 해체까지 거론했다.

뒤이은 공개발언에서 초선(初選)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10년 우리가 정부를 맡아서 운영했을 때 보수정치에 책임 있는, 또 책임있게 일했던 중진들에 대해 '은퇴'를 해 주십사 그리고 책임을 져 주십사 한다"며 "저희뿐만 아니라 모두가 당을 살리는 일에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6선 김무성 의원은 "우리 당은 새로운 가치와 민심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 몰락했다. 처절한 자기 반성과 자기 희생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책임과 희생이야 말로 보수의 최대가치"라며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저는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세상을 주도할 보수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당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며 "분열된 보수의 통합을 위해 새로운 보수당의 재건을 위해 바닥에서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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