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기초단체장 당선
한국당에 대한 실망과 보수우파 성향 후보 3명이 난립 영향
공단이 많은 구미시의 특성상 외지인의 영향도 상당하다는 분석도
장세용 당선인, 박정희 前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의 규모 축소 시사하기도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이자 보수층의 상징적 장소로 알려진 경북의 구미시장 선거에서 장세용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장세용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TK(대구·경북)지역 기초지자체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과거 경북지역 표심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 등에 영향을 받는 특성이 강했다. 역대 선거에서 좌파 후보들은 만항도 25∼30%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장 당선인은 40.8%의 지지를 얻으며 이양호 한국당 후보의 38.7%를 넘어섰다. 구미 뿐만 아니라 경북의 다른 지역에서도 무소속 및 민주당 후보들은 상당한 돌풍을 일으켰다.

구미시장 선거 결과는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이 겹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북·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태풍'과 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과 한국당에 대한 실망 등 외부 요인과, 내부적으로는 민주당 후보인 장 당선인에 맞설 보수우파 성향 후보 3명이 난립한 게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구미는 공장이 많아 경북의 다른 시군보다는 '토박이'보다는 외지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 분포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젊은 층의 투표율과 보수 후보의 표 분산이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40대 이하 층이 장 당선인을 지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구 42만여명의 구미지역은 평균 연령이 37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30대 이하가 전체 인구의 55%(23만293명)를 차지한다.

장 시장 당선인은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정교수 대우)다. 장 당선인은 "시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마음을 하늘 같이 받들겠다"며 "선거기간에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 가족, 선후배, 선거운동원, 시민의 열정과 노고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장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의 규모 축소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정희 기념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그 자체로는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기존에 만들어진 것도 이미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 60억 정도가 부담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 아주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회적으로 사업 타당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그는 또한 “박 전 대통령이 구미시의 브랜드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 속의 인물인데, 자꾸 호출해서 현재의 권력과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의 새로운 도시 경쟁 시대에 구미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며 “(박정희 외에) 새로운 상징, 새로운 마음을 모을만한 다른 것이 없는가, 이런 질문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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