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실상 북한의 ‘쌍중단’ 요구 받아들여”

많은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 대해 과거 북한과의 어떤 합의보다 더 일반적이고 모호하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3일 전했다.

VOA에 따르면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시기와 방식이 명시되지 않은 것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기대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그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거 북한과의 어떤 합의도 이번 공동성명보다 모호하고 약한 것은 없었다”며 “너무나 실망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포괄적(comprehensive)’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의 기존 입장인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회담은 외교적으로 북한의 승리”라며 “미국은 북한지도자와의 첫 만남이라는 무리수를 두고도 얻은 것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선언은 북한의 ‘쌍중단’ 제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 또한 이번 미북정상회담의 승자는 김정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적법성과 존중을 얻었으며 잠재적으로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됐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도 이미 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구체적이지 못한 북한과의 합의문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며 “북한은 최종 합의문을 협상의 중간지점으로 간주하고 상대를 조종하는데 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부 내용 없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이번 공동선언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 결합하면 결국 이는 ‘쌍중단’을 수용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의미한다. 맥스웰 연구원은 “실제로 한미 군사훈련을 멈춘다면 미군의 전쟁억지력을 떨어뜨려 국가안보를 훼손하게 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끊으려는 북한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이 “모든 세부 사안을 담고 있진 않지만 중요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뤘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 한국 전쟁 참전 미군 유해 발굴 송환 등을 언급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VOA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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